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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나는 용서하겠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겠습니다. 친구가 별 생각 없이 옷에 대해 지적한 것이 기분 나빴으나, 나는 그 친구를 용서하겠습니다. 잦은 앞지르기를 해서 나와 추돌사고가 날 뻔했지만 나는 그분을 용서합니다. 또한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둔 나 자신을 용서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내게 어떤 방법으로든 악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들을 용서하는 한편, 함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습니다. 설령 논쟁과 다툼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용서하는 길이며 미래를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됨을 믿습니다. 내겐 용기와 지혜와 사랑이 있습니다. 감추기만 할 게 아니라 온전한 방법으로 터뜨리게끔 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해낼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이 책의 부제이다.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볼지 고르던 중 눈에 띄어 집었다. 인연은 십년 주기로 조금씩 바뀐다는데, 이삼 년전부터 지금까지 그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나한테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서 대출을 했다. 저자의 글이 내 가슴에 파고든 것들이 몇 개 있어서 적어볼까 한다. 우선 저자는 영화와 음악 등을 가지고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글로 풀어나갔다. 또한 친절한 주환씨의 '나라면' 토크라는 항목을 만들어놓고, 익명의 사람이 저자에게 보낸 사연들을 추려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답장을 적었다. 저자는 어떤 시를 인용해 적었다. 화살과 노래 나는 공중에 화살 하나를 쏘았네 그것은..
간만에 바Bar에 갔다. 나는 바를 즐겨찾는 것도 그렇다고 소홀한 것도 아니고 딱 중간 정도로 찾곤 한다. 그날따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그 바가 가고 싶어졌다. 앞선 자리에서 적당하게 마신 후 간 거라 몽롱한 정신을 겨우 유지하며 올라섰다. 자리는 긴 탁자를 사이에 둔, 바 메이드와 시선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앉아서 뭘 마실지 고민하다가 결국 고른 건 미도리샤워였다. 나는 미도리샤워를 종종 마신다.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 중 『상실의 시대』의 인물 '미도리'가 생각나 골랐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자꾸 찾게 됐다. 그래서 바에 가면 십중팔구 첫 잔은 미도리샤워이다. 바 메이드가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나는 이름 모를 몇 병의 양주를 보고 있었다. 마침 바 메이드가 만들어온 칵테일을 내게 건넸..
하루 정해진 양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드와이저 한 병을 샀다. 특별히 좋아하는 술이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예전엔 자몽이 들어간 소주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냥 술이라면 다 비슷비슷할 테니. 아마 내가 애주가가 아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술이 좀 당기는 날이었다. 글쎄, 이 역시 이유는 없다. 뭔가 지독하게 슬픈 것도 아니었고, 모종의 압력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역시 그냥 마시고 싶은 날 정도. 집에 와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간단하게 씻었다. 맥주를 먹기 위한 준비는 마쳤다. 평소엔 잘만 보이던 병따개가 먹을라치면 꼭 없다. 하는 수 없이 숟가락으로 병마개를 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를 보며 먹을 요량이었으나 한때 친하게 지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