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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정인<비포선라이즈> And 가사를 떠올리며 쓴 엽편소설 본문

노래 가사, 멋대로 쓰는, CK의 글/노래 가사 2차 창작글

이적&정인<비포선라이즈> And 가사를 떠올리며 쓴 엽편소설

ClarkKim 2018. 1. 28. 14:49

  <남자>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하면 자꾸 그 생각이 커져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그럴수록 쓸쓸해져요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여자>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도 없잖아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럴수록 더 슬퍼져요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같이>

  우린 어렸고 무엇도 잘 몰랐죠 서로 미래를 점칠 수 없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이적&정인이 부른 <비포선라이즈> 가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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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거울을 통해 여자를 보았다. 여자 또한 거울을 통해 남자를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둘을 비켜지나갔다. 거울을 사이에 둔 채 남자와 여자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떨리는 입술을 움직여 소리 없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여자는 입모양으로 속내를 전하는 남자의 모습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 없어서였을까. 눈물이 뺨을 타고 내리는 동안 여자는 그 날 밤을 떠올렸다.

이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못해요.

서로에게 취했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남자는 외투를 벗어 아무렇게나 방 안에 던진다. 여자도 재킷과 안에 입은 니트를 벗는다. 옷을 다 벗기도 전에 남자는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둘은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사정이 끝난 후에도 남자는 여자의 곁을 지킨다. 여자도 남자의 넓은 가슴에 안긴 채 침대 끝을 바라본다.

남자는 여자를 꼭 안은 채 생각한다.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정식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여자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내린다.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 서로 마음만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저는.

거울 속의 남자와 여자는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여자는 남자를 향해 서로에게 걷는다. 둘이 만나기 5초 전, 여자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자국을 닦는다. 남자는 땀에 젖은 손을 닦아낸다. 3초 전, 남자는 정면을 바라본다. 여자 또한 어깨를 편다. 1초 전, 서로의 눈동자가 공중에서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리고 둘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듯 수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엇갈려 지나간다. 남자와 여자는 뒤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 채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다.

 

 

이적, 정인 <비포선라이즈> 노래를 듣다가 문득, 손바닥만 한 소설 써봤다.

20180128

Clar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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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정인 <비포선라이즈> 노래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R5-to_i7g9s <-MR 제거

- https://www.youtube.com/watch?v=D7k6_0yHHEQ <-원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