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자작시 (6)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누군가 나무를 흔들고 지나간 덕에 나의 눈 앞으로 봄 한 철 그득이 핀 벚꽃 잎이 잔뜩 쏟아져내린다 아, 이 흐드러진 아름다움이여! 잠시 자리에 서서 미(美)란 무엇인가 고민하다가도, 내가 느낀 아름다움이 어쩌면 벚나무에게는 영원한 작별이 아닐는지, 하여 우산을 펼치듯 두 팔 벌려 벚꽃 잎을 가슴에 안는다 이것이 벚나무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기 바라며 안녕 ClarkKim, 전문, 자작시 2024 .04 .08 (월)
잔뜩 목이 마른 어느 날 누군가 고운 손길로 씻어놓은 붉디붉은 사과 한 입 베어물면 달큰한 맛이 입 안 가득 풍긴다 정신없이 사과 한 알 목구멍으로 넘겨놓고 나서야, 깨닫는다 숨가쁘게 달려온 내 삶에 신이 주신 달콤한 선물이라는 것을 ClarkKim, 전문, 자작시 2024 .04 .02 (화)
가장 아름다운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가장 즐겁던 날이 나에게도 있었다 가장 사랑스럽던 날이 나에게도 있었다 지금 내 얼굴엔 반쪽짜리 나이테가 그득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가장 따뜻하고 싱그럽던 그 봄날이 있었다 ClarkKim, 전문, 자작시 2022 .03 .26 (토)
봄비 내리면 떠나간 여인이 떠오르고 봄비 그치면 다가올 사랑을 기다린다 봄비 한 방울 뺨을 타고 흐를 때 나는 떠나갔던 사람과 다가올 사람의 안녕安寧을 소망하노라 ClarkKim, 「봄비」 전문, 자작시. 2022. 03.26 (토)
신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신발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신발로 아스팔트 위에, 누군가는 모래 위에 역사를 남긴다 아스팔트 위로 걸어가면 신발은 깨끗하겠지만 자국이 남지 않는다 역시 모래 위를 걷는다면 조금 더러워지더라도 자국이 남는다 걸어도 되고 뛰어도 된다 설령 흘러들어온 바닷물에 자국이 지워질 지라도! 나는 언제라도 모래 위를 걸으며 살아 있는 역사를 남기고 싶다 ClarkKim, 「신발」전문, 자작시.
너에게 보내지 못할 N번째 편지 네가 보인다 기타를 치는 너의 손이 가냘프다 너의 손가락이 기타 줄을 퉁길 때마다 틱틱거리며 쇳소리 나는 나의 줄과 달리, 청아하다 마치 잎사귀가 머금은 이슬을 바닥에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처럼 한 손으로 꾹꾹 누르며 연주하는 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나는 말한다 새하얗게 다린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너를 내 사람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사랑보다 더 위대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른 말 필요 없이 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김광석은 노래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다시 너를 생각할 때 송곳으로 풍선을 찌를 때처럼 펑펑 가슴속의 응어리가 터진다 그렇게 감정은 여러 번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사랑을 노래한 수많은 가수와 시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