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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단 한 명의 섹스파트너가 있다. . 그녀의 별명이다. 나와 연은 서로의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그녀가 나를 부를 땐 역시 이름 대신 숭이라고 부른다. 내 이름 어디에도 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며 짐작할 만한 것도 없지만 나를 숭이라고 부르는 건 오직 그녀뿐이다.

언젠가 연이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온 밤, 그날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써지지도 않는 빈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연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게 달려들었다. 평소 부끄러움이 많은 그녀를 안다면어쩌면 내 앞에서만 그러는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그녀는 내게 안기더니 대뜸 입을 맞췄다. 때문에 의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지만 그녀는 아랑곳 않고 입술 구석구석을 길고 깊게 빨았다. 나는 몽롱한 상태에서 입술을 내줬으나 남성만큼은 순순히 내주지 않았다. 나는 그날 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으나 술내 나는 밤에 성을 마주한 탓일까. 격렬한 섹스 후 나는 머리가 지끈거려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숭아.”

나는 눈을 감은 채 고개만 들었다. 연은 다릴 모으고 이불을 끌어당긴 모습으로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등을 쓸어내렸다. 그 모습은 일견 야릇한 모습이어서 남성이 다시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내가 왜 너한테 숭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는지, 혹시 넌 알고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연은 내게 그렇게 불렀고 그저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지내온 게 이 년 째였다.

재주는 원숭이가 부리고 고기는 여우가 가로챈대.”

연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인 양 그렇게 말했다.

속담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내 대답에 연은 조금 웃었다. 그리고 곧 웃음을 거뒀는데,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때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듯 말 듯하다.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2019.08.01

Clar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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