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설 (8)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2022년 7~10월까지 본 영화, 드라마, 도서 등의 작품 목록 -영화 ★★★ 즐겨보는 영화 중 하나. 연애를 이뤄주는 회사에 찾아가 의뢰를 하고, 타인이 그것을 이뤄주기 위해 기획하고 행동하는 것이 과연 의뢰인의 진심이 담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극중 상용 역을 맡은 배우 최다니엘이 이런 말을 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근데 중요한 건, 그 시라노만큼 그 부하도 여주인공을 사랑했다는 겁니다. 그만큼 간절했으니까. 그런 말도 안되는 부탁을 했던 거죠. 그만큼 사랑했으니까. (희중을 바라보며) 희중씨.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건 제 말입니다. 그러니까, 뭐 그니까 날 것 그대로의 제 마음이에요. 꾸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제 마음은 이 한 마디뿐입니다." 모두가 연애편지 대필해주..
크리스천 그레이를 사랑하는 여자, 아나스타샤 스틸. 아나스타샤 스틸을 사랑할 수 없는 남자, 크리스천 그레이. 아나는 크리스천을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의 관점으로 보지만 크리스천은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라는 주종관계를 바탕으로 대하기 때문에 둘은 이어질 수 없는 스토리이다. 나는 아나의 마음도 크리스천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사랑하기 때문에 스킨쉽을 하려는 건데 크리스천 입장에서는 서브가 돔에게 손을 대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2권 마지막 장면이 서브인 아나가 돔 입장의 크리스천에게 '나는 당신에게 더이상 기쁨을 줄 수 없겠네요.'하며 그를 떠난다.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크리스천은 엄마의 친구에게 가학적 성 고문을 당했고―물론 크리스천은 단지 고문만 당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
그는 땀에 젖은 셔츠를 입은 채로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들어선다. 처음 가는 카페인 듯 카운터 앞에서 머뭇거린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기 위해 그를 쳐다보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메뉴 목록을 눈으로 훑는다.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고객과 점원 사이에 흐르는 침묵을 결국 점원이 깼다. 점원의 물음에도 그는 멍하니 메뉴판을 응시한다. "글쎄요…….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점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웃는다기보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에 가깝다. 그는 계속해서 메뉴판만 올려다본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다. 의도적이지 않은 그의 침묵에도 종업원은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서서 기다린다. 그는 결심한 듯 점원을 응시한다. "달달한 헤이즐넛라떼 한 잔 주세요." 그는 말을..
여자 여자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여자의 오른손은 관자놀이에, 왼손은 다리 사이에, 몸은 옆으로 기울었고, 숨소리는 낮았다. 이불은 반쯤 덮여진 상태였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나는 침대 앞에 놓인 거울이 있는 화장대 앞에 섰다. 거울에 내 모습이 비췄다. 퀭한 눈에 제멋대로 자란 수염. 셔츠는 어디에 벗어뒀는지 그리고 팬티도 어디에 있는지, 나는 알몸인 상태였다.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나는 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모텔 방에 들어온 것도, 방에 들어올 때 여자를 데리고 온 것까지, 그리고 침대가 젖을 만큼 격렬하게 움직였던 일 모두,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무엇 때문에 술을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마신 것인가.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마시고 이름도 나..
[ClarkKim - 소설 분석] 김미월 소설가「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책」분석문 -『2008년 올해의 중요소설』에 수록된 작품 1. 소설 정보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 작중 주요 배경 : 테헤란로, 시인의 오피스텔 ⓒ 주제 :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의 갈등 2. 줄거리 학창시절 진호는 시 쓰는 것으로 곧잘 백일장 등에서 상을 타 온다. 특기를 살려 문예창작학과를 전공 및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한다. 선, 후배나 동기들이 몸값을 올려 이직하거나 사직서를 낼 때, 진호는 스스로 재능도 없고 장점도 없다며 자책하면서도 견뎌낸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직속상사인 팀장이 베스트셀러 작가 에이치 시인과의 계약을 하러 가는 자리에 자신을 데려가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 업무 능력이 탁월한 팀장이 보잘 것 없는 ..
1001101 프로젝트는 대학시절 내가 나 혼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100편의 시를 읽고 1편의 시를, 10편의 소설을 읽고 1편의 소설을 창작하기. 나만의 작품을 여러 편 만들고 공모전에 투고하기 위해 자긍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지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다시 글을 쓰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001101 프로젝트. 100편의 시를 읽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시 한 권도 100편의 시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나는 ..
하염없이 내리는 눈꽃을 맞으며 나는 11번가를 걸었다. 이 세상에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 생각하며. 나를 스치며 지나가던 사람이 실수로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가도, 미안해요, 괜찮아요, 같은 말을 주고받지 않은 채 그저 나는 걸었다. 주황색 가로등이 나를 비췄다. 영화에서 나오는 연출, 그러니까 내가 가로등을 지나칠 때마다 하나씩 꺼지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으나, 그저 내 앞길을 벌겋게 물들이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살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와 같은 근원적 질문은 뒤로 한 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갔다. 누군가 내게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고개를 한 번 가로저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답이기 때문이다. 왠지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는 중이라고 답하면 정말로 우린 이별을 했다고 믿게 될 테니까. ..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하면 자꾸 그 생각이 커져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그럴수록 쓸쓸해져요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도 없잖아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럴수록 더 슬퍼져요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우린 어렸고 무엇도 잘 몰랐죠 서로 미래를 점칠 수 없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이적&정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