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50)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연차 쓰고 쉬는 날, 오랜만에 도서관에 왔다. 분실한 회원증 재발급을 하고 나서 문헌자료실에 서 있다가 문득 무언가를 느꼈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 서 있으니 쉬고 있던 독서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여기 있는 책들의 절반이라도 내 머릿속에 있다면 나의 삶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워질까 생각한다.
2023년도 목표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다. 2023년, 많이 그립겠지만 오늘은 한 해 동안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기록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2023년 1월 - 8일 : 이태원 가서 마음에 드는 옷 네 벌 구입 - 14~15일 : 1인 당진여행 - 22일 : 종로 5가로 어머니 반지 사러 가족끼리 다녀옴 - 23일 : 가족과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및 연화장 다녀옴 - 26일 : 킥복싱 3개월 운동 시작 / 제18회 생활문예대상 수필 투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2023년 2월 - 1일 : 친구 이OO 할머니 조문 - 7일 : 영화 시청 - 12일 : 아버지와 드라이브 - 17일 : 친구 은무O, 한기O ..
한동안 허리통증으로 장시간 침대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냉동감자가 담긴 박스를 팰릿에 이적하고, 그걸 거래처에 납품하는 것이다. 박스의 무게가 최소 10kg에서 20kg까지 되다 보니까 허리나 등, 다리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데, 일주일에 5일을 근무하니 통증이 쌓이고 쌓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아니, 단순히 느낀 것을 넘어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렇게 나는 힘들게 모은 연차를 삼일씩이나 연달아 사용하게 됐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걷고 싶다.', '밖으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싶다.' 나는 비교적 허리가 덜 아팠을 때, 그러니까 걸을 수 있었을 때를 떠올렸다. 하늘을 날다 지친 새가 나무에 앉아 ..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은 7일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 역시 각자만의 좋아하는 날이 있다. 원래 나는 목요일이 싫었고, 토요일이 좋았다. 왜 목요일이 싫었냐면 목요일이 없으면 바로 금요일이고, 금요일만 잘 마치면 주말을 쉴 수 있으니까. 토요일이 좋았던 이유는 토요일을 잘 보내고도 일요일이라는 시간이 남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싫어하는 요일이 없어지고, 조금 더 좋아진 요일이 생겼다. 일요일. 남들은 일요일이라는 날 다음 월요일이라서 싫다는 감정을 가질 때, 나는 일요일이라는 날이 아주 중요한 날이란 걸 깨닫는다. 왜냐하면 일주일 중 마지막날이자 첫 시작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요일 오전에는 한주의 마무리를 하고, 오후엔 다음주를 준비한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
요즘 중국드라마 의천도룡기(2019)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전에 부모님께서 보시는 걸 보고 같이 본 적이 있었다. 8화였나, 무당파 무당칠협의 오사형 장취산과 은소소의 자결 장면을 보고, 이 드라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어 달 전에 10화까지 단숨에 본 다음부터 한동안 안 보다가 며칠 전부터 어떤 생각이 들어 다시 보게 됐는데 삼일 동안 30여 화를 다 보고 지금 42화를 보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지금, 내가 푹 빠진 포인트가 몇 개 있다. - 장취산♥은소소의 자결 장면. 이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 카메라 구도, 그리고 배경음악 이 삼 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 양소♥기효부의 꽃 피우지 못한 사랑. 명교(정파의 시선으로는 사파)의 광명좌사 양..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어갈 때도, 운동하며 뛸 때도, 친밀한 사이의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 나눌 때 말과 말이 부딪힐 때 가벼이 흐르는 정적 속에서도, 늘 생각하면서 산다. 게다가 내 직장에서의 일은 한두 시간 빼놓고는 거의 혼자 하는 일이니까 생각을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마구잡이로 솟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평일은 늘 운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니, 보내야만 한다. 그게 내 일이니까. 직업 만족도는 최상에 가깝다. 원체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운전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 나 자신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곤 한다. 거기에 주말이면 늘 자차를 몰고 근교 나들이를 추가로 갔으..
지난 토요일, 친구와 제부도에 당일치기로 놀러 갔다오자마자 저녁에 그대로 몸져 누웠다. 방 안 온도는 따뜻한데 내 몸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워서 매트를 켜고 이불 두 겹을 감고 쓰러지듯 누웠다. 가끔 잔병치레는 있었으나 웬만한 건 견디던 나였는데 감기몸살 따위에 무릎을 꿇었다. 주말을 통으로 약 먹고, 자고, 약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고 결국은 오늘 급하게 연차까지 냈다. 기억 나는 건, 주말 동안 내가 앓는 소리를 내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번갈아가며 내 방에 들어와 이불을 덮어주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머리맡에 휴대폰을 놓아주셨다. 한참 아픈 동안에는 내 정신줄을 붙잡느라 미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 오늘 저녁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쑥스럽게 내 진심을 전했다. "제가 아플 ..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무기력함을 느꼈다. 요즘 나는 무기력함을 자주 느낀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대강 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의 것은 조금 달랐다. 일, 일태기―일과 권태기를 결합한 합성어―인가? 하고 생각했다. 오전에는 클럽에서 나오는 믹스 음악을 들으면서 텐션 올리며 일을 했는데, 오후가 되자 곧 수확하는 벼처럼 텐션이 기울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벼 대신 무기력을 수확했다. 이대로 운전하다간 중간에 차를 세울 것 같아서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흥얼거려봤다. 하지만 일시적이었고, 한번 수그러든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냐?" 나는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일태기인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 일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