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52)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2020년도의 마지막, 12월 31일 2020년도에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생각한 후 다시 글 적기.
Q. ClarkKim의 진짜 사랑은? R. 모든 일에 정답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사랑은 언제 보아도 좋은 생각만 나는 것이라고 느낀다. 나이가 조금 있으므로 나도 사랑을 했던 사람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 누군가들―아니 거의 대부분은 좋은 기억보다도 나쁜 기억들까지 같이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사람은 오직 좋은 기억만 든다. 만약 다시 사랑할 기회가 있다면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다시 사랑하겠다, 고 말하리라. 퇴근하면서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많이 좋아했구나, 내가. 많이 사랑했구나.' 그런 사랑이 진짜 사랑.
이렇게 티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뭘 할 수가 없는 바쁨. 그러나 바쁘게 산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땀을 흘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노력이 언젠가는 가능성으로 빛을 발산하기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세 시의 어느 날, 봄, 5월 초. 나는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지 않지만, 왠지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고만 싶은 어느 날, 봄, 5월 초.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피아노로 연주한 River flows in you 라는 곡을 듣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날아가는가와 같은 추상적인 생각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태평양을 건너와 황해를 건너고 아시아를 건너 유럽으로 뻗어가겠지. 나는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에 있지만, 나를 스쳐간 바람은 막힘없이 세계로 뻗어가겠지. 그런 자유로움이 좋다. 자유로움이 좋다,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유무의 문제다. 가끔은 자유가 없을 때를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서 자유를 빼앗아갔을 때를 생각한다..
가슴에 작은 구멍이 난 것 같다.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고, 나는 그걸 메울 힘조차 나지 않는다. 요 며칠 몇 개의 아이디어가 떠올라 메모를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이디어를 꺼내어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진정 내 마음이 나를 이끌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타자를 쳐서라도 나는 작품을 써야 됨을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만 있을 뿐이다. 이것은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니다.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이제는 두려움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새벽, 2시, 모두가 잠에 들 무렵, 나는 뉴에이지랑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다. 지금 듣는 노래는 츠네키치 스즈키의 이라는 곡이다.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1의 오프닝곡. 처음 듣자마자 반한 곡이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와, 진짜, 14회 진짜 와……. 영재는 매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떠나거나 죽는 게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떠나버리게 되는 기구한 삶인 것이고. 준영은 그런 영재에게 두 번이나 차이고 상처 받는 게 눈물나게 아프고 슬프다. 제3의 매력의 주제는 매번 볼 때마다 '오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 영재의 오빠인 수재가 14회에서 얘기한 것처럼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는 것처럼. 그런데 갓 스무 살의 준영이 그러한 사정을 영재에게 듣는다고 할 지라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그냥 가슴이 너무 아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조차 안 든다. 다른 사람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평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감히 평가할 수..
기억이라는 건 무서워서 그 기억의 주인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드라마 13화, 배우 서강준(온준영 역)의 대사. 기억이라는 건 왠지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 초원 속에 있었을 때, 나는 그 풍경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지금 나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초원의 풍경이다. 풀 냄새, 약간 한기를 머금은 바람, 산의 능선,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p15, 주인공 와타나베의 회상. 2020. 03. 18이것은 내가 모아두고 싶은 것들이라서 새로이 알게 되고, 전에 봤던 것중에 기억이 나면 계속해서 수정할 것이다. 한때 내 학과 동기였고 문우였던 친구가 하던 작업이었는데 당시엔 왜 하는지 몰랐지만 살면서 이런 ..
이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12화는 영재와 헤어진 준영이 경찰을 그만두고 포르투갈로 떠나서 사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배고픔과 추위에 지친 상태로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한 준영은 그곳에서 수프와 빵을 먹은 후 셰프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셰프가 되기 위해 수강을 받고 셰프로도 꽤 유명해진다. 약 5년 후 인연이 닿아 영재를 만나게 된 준영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되게 따뜻하더라고. 음식이라는 게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도 있구나,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되게 멋있더라고. 난 이 레스토랑이 그런 레스토랑이었으면 해." 배고프고 힘든 순간에 우연히 발견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말도 안 통해서 쩔쩔매는 준영에게, 여전히 말은 안 통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