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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이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12화는 영재와 헤어진 준영이 경찰을 그만두고 포르투갈로 떠나서 사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배고픔과 추위에 지친 상태로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한 준영은 그곳에서 수프와 빵을 먹은 후 셰프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셰프가 되기 위해 수강을 받고 셰프로도 꽤 유명해진다. 약 5년 후 인연이 닿아 영재를 만나게 된 준영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되게 따뜻하더라고. 음식이라는 게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도 있구나,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되게 멋있더라고. 난 이 레스토랑이 그런 레스토랑이었으면 해." 배고프고 힘든 순간에 우연히 발견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말도 안 통해서 쩔쩔매는 준영에게, 여전히 말은 안 통하지만..
종종 듣는 노래 는 내게 작은 힘을 얹어주곤 한다. 모든 걸 붙잡고 놓아주려하지 않는 나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조금은 놓아도 괜찮다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서다. 포장용 종이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재활용하는 나인데, 누군가와 쌓은 추억을 쉽게 버릴 수가 있을까. 그럼에도 괜찮다고 너무 스스로를 탓하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다, 이 노래는. 가만 생각해보면 故김광석은 멀리 떠났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봐준다. 가사에서처럼 그가 부른 노래만 남아, 나는 그의 꿈을 듣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기타를 가지고 를 연주해야겠다. 2020. 03. 17캘리그라피, 글 ClarkKim
오늘도 종이를 가지고 작은 집을 만들어보았다. 접착제로 벽면을 만드는 건 달라진 게 없다. 오른쪽의 침대는 _1의 것보다 균형이 잘 맞고 푹신할 것이다. 이번엔 1층 책장과 책을 만들었다. 왼쪽은 테이블과 의자인데 손님이 온다면 저곳에 앉아 얘기를 나누겠지. 이걸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약 세시간 반 정도. 재료는 재활용품으로 만들었다. 종이는 파워아X이라는 상자를 잘라서 활용했고, 책장의 책은 색종이로 장식했다. 하루의 얼마를 쪼개서 무언가를 만들었음에 감사한다. 평소 건축물을 보면서 게임 나 를 통해 내가 재창조해보기도 하는데 이렇게 종이를 가지고 만드는 건 참 오랜만이다. 만들고 나서 가족에게 보여줄 때의 뿌듯함과 스스로에의 성취감도 있어서 좋다. 오늘 남은 재료는 나중에 다른 집을 만들 때 쓸 예정..
작년 가을에 쓴 캘리그라피이다. 그동안 캘리그라피를 많이 썼는데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사진 찍기만 하고 통 올리지 못했다. '당신 오늘도 예뻐요.' 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오·예,라고 오늘도 예쁘다는 뜻이다. 만약에 내가 그 사람과 친해져 잘 된다면 늘 해주고 싶은 말. 2019. 09. 01 ClarkKim
나는 무언가 만드는 걸 꽤 좋아한다. 그래서 덩치에 안 맞게 오밀조밀한 사람이란 말을 종종 듣지만:) 아무튼 오늘은 시간을 내서라도 미리 모아둔 종이를 가지고 집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사진에 있는 게 과정이고 결과물이다. 만들면서도 속으로 조잡한 집이 되겠구나했는데 정말 조잡하구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이렇게 만들어서 올리고 또 만들어서 올리다 보면 언젠간 나도 전문가 솜씨가 나지 않을까싶다. 지금 현재 비가 온다. 낮엔 멀쩡하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하나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우산을 쓰지 않으면 옷이 젖을 정도로 오고 있다. 장대비는 아니고 가랑비 정도의 빗방울. 잠깐 외출할 일이 생겨 나가는데, 무언가를 창작한 후에 나가니 원래 있던 감성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시나 소설 감성이 차오른다..
거리를 걸을 때 나는 아주 가끔 교차로 위에서 점멸하는 신호등을 볼 때가 있다. 종종 점멸하는 신호등을 바라볼 때면 평소보다 몇 초 정도 더 멈춰 있는 신호를 느끼곤 한다. 신호등을 볼 때처럼, 또 신호등처럼 아주 가끔은 자리에 멈춰 서서 우리네의 삶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그리하여 나는 점멸하는 신호등 한켠에 서서 아직 오지 않은 내 영혼을 이따금씩 기다리곤 한다. 2019. 12. 11 미세먼지 많은 어느 날, 점멸하는 신호등 앞에서. ClarkKim
별을 본 적이 언제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별을 좋아했을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꽤 오래 전부터 별을 좋아해왔다고, 동경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 별을 봤다. 아니, 오늘 별을 봤다. 비와 안개 때문에 별을 보지 못했던 지난 날들을 다 잊게 만들 정도의 강렬함을 느꼈다. 마음이 맑아지면서 이 별을 보기 위해 내가 살고 있구나싶었다. 별은 참 아름답다. 머리 위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들도 예쁘고, 아직 채 빛을 쏘아보내지 않은 별들 사이로 힘 있게 제 일을 다하는 별들도 아름답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땀을 흘려가며 내는 빛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며 넋 놓고 바라볼 뿐이다. 감사하고 미안하다. 언젠가는 내 땀방울이 빛을 낼 수 있겠지. 해서 먼 행성에서 내 땀방울을 보고 예..
티셔츠에 녹색 자켓을 하나 걸치고 밖에 나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저 날씨가 쌀쌀한 정도이겠거니하고 오늘도 그렇겠지했다.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나무들이 하나둘 옷가지를 벗고 있던 걸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제 봤던 나무가 오늘도 그대로네, 하면서.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도로 집 안으로 들어가 두꺼운 패딩을 걸쳤다. 얇은 자켓만으로는 이 추위를 어떻게 버틸까. 거리로 나오니 손에 종이뭉치를 들고 서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나는 가만히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오늘이 수능이라는 걸 겨우 깨달았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 추웠구나. 이상하게도 수능날만 되면 날씨가 그렇게 춥다. 모든 수험생들의 열기가 한데 모이면서 따뜻한 불꽃이 이는 대신 오히려 단단한 얼음꽃이 피어나는 걸까. 너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