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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무기력함을 느꼈다. 요즘 나는 무기력함을 자주 느낀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대강 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의 것은 조금 달랐다. 일, 일태기―일과 권태기를 결합한 합성어―인가? 하고 생각했다. 오전에는 클럽에서 나오는 믹스 음악을 들으면서 텐션 올리며 일을 했는데, 오후가 되자 곧 수확하는 벼처럼 텐션이 기울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벼 대신 무기력을 수확했다. 이대로 운전하다간 중간에 차를 세울 것 같아서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흥얼거려봤다. 하지만 일시적이었고, 한번 수그러든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냐?" 나는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일태기인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 일을 시작..
꿈을 정하고 목표를 정해야 할 때가 왔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소설가로 살겠노라고. 또 작가로 살겠다고. 소설을 써서 밥을 벌어먹고 살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글을 쓰는 게 좋았고 내 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평을 하는 걸 보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일에 치여 살고 있느라 글쓰기 같은 건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사실 일 마치고 오면 매일 같이 블로그의 문을 열었다. 내가 쓴 글을 읽은 후 입 안에 머금고 음미하기도 했고 꼭꼭 씹기도 하고 몇 개는 뱉기도 했다. 그뿐이다. 머릿속에 입력한 건 끝내 인쇄하지 못했다. 3월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이 글을 출력하는 중이다. 그런 생각이 종종 드는 날들이다. 조금만 더 고집을 피워볼 걸, 주위 사람이 반대해..
1001101 프로젝트는 대학시절 내가 나 혼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100편의 시를 읽고 1편의 시를, 10편의 소설을 읽고 1편의 소설을 창작하기. 나만의 작품을 여러 편 만들고 공모전에 투고하기 위해 자긍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지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다시 글을 쓰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001101 프로젝트. 100편의 시를 읽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시 한 권도 100편의 시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