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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

ClarkKim 2023. 4. 6. 20:55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무기력함을 느꼈다. 요즘 나는 무기력함을 자주 느낀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대강 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의 것은 조금 달랐다. 일, 일태기―일과 권태기를 결합한 합성어―인가? 하고 생각했다. 오전에는 클럽에서 나오는 믹스 음악을 들으면서 텐션 올리며 일을 했는데, 오후가 되자 곧 수확하는 벼처럼 텐션이 기울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벼 대신 무기력을 수확했다. 이대로 운전하다간 중간에 차를 세울 것 같아서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흥얼거려봤다. 하지만 일시적이었고, 한번 수그러든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냐?"

  나는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일태기인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 일을 시작한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보통 일태기란 게 2년에서 3년, 길면 4년에도 찾아온다고들 하니까. 나는 조금 이른 편 같았다.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이 일이 단순히 적성 맞는 것을 넘어 서서 좋아한다. 방랑벽이 있어서 어디 한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니까. 그래서 주말마다 어디 드라이브하는 건 기본이고, 평일에도 퇴근하면 어디론가 돌아다니거나 카페 가서 글 쓰고 책 읽는 행위를 해 왔다. 근데 직장 일을 하며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자 사실 일할 때 늘 행복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지겨움을 느끼고 있다. 일이 재미없어서라기보다는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겹다, 라는 느낌? 우리 회사 거래처만 하더라도 100개에 육박하니 매일 똑같은 곳을 갈 확률이 적다. 물론 자주 발주를 넣는 곳이 있긴 하지만. 그럼 뭐가 지겨운 걸까? 그냥 일 자체? 잘 모르겠다.

  잠깐 차를 세워두고 나서 친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미치겠다."하면서. 뭐라고 글을 쓰려다가 갑자기 얼른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엑셀을 밟았다.

 

  운전하는 내내 나는 계속해서 생각을 했다. 왜 무기력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니 체력이 부족한 탓 같았다.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운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거고, 왜 운동을 하지 않았나를 생각해보니 요 며칠 운동을 가겠다고 마음 먹고 퇴근을 하면 밥을 많이 먹어서, 피곤해서, 졸려서, 게임을 하는 등의 핑계를 나도 모르게 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내 탓이었던 것이다. 일태기라고 얘기했던 건 설령 그럴 수도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은 핑계거리고 변명이란 생각이 들자 비로소 마음이 조금 편했다. 내 자신이 적어도 이번 한 주엔 운동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Just 운동. 그래, 운동을 해야지. 오늘은 꼭 킥복싱을 가든, 걷기 운동을 하든 뭐라도 하자. 만약 걷는다면 최소 2시간은 걷자."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다짐했다. 올해의 목표를 상기하면서.

 

  그리고 오늘 목표한 운동을 했고,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 게임 대신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었다. 작심삼일로 끝나더라도 늘 자신에게 되뇌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하고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야 한다. 꿈이나 목표가 없는 인간은 사실 죽은 인간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가 보자.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루러!

 

2023.04.06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