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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내 안의 화를 다스리기

ClarkKim 2022. 10. 5. 22:55

  언제부턴가 나는 쉽게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되었다. 아주 작은 일부터 내가 느끼기에 큰 일까지, 나를 화나게 만드는 일로 가득했다.

  요 몇 달을 바쁘게 지내면서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을까?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핑계다. 나는 나를 알고 있다. 고백하자면, 작년에 컴퓨터를 산 이후로 하루에 2시간 내지 3시간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직장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오면 씻고 밥 먹은 후 바로 컴퓨터부터 켠다. 그리고 게임타임. 보통 10시 30분에서 11시 30분 사이에 잠드는 편이니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시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근데 오늘은 글을 쓰고 싶었다. 며칠 전까지는 글을 쓰고 싶다가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게임하기 바빴는데, 오늘은 기필코 글을 쓰리라 다짐했고,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글을 쓸 때는 한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적는데, 왜 나는 세상을 마주할 때면 화를 참지 못할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화나게 만들까?

  내가 하는 일은 3.5톤 냉동탑차 운전이다. 화물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시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시간에 맞춰 물건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 개나 한 박스씩 배송하는, 고객에게 배송하는 기사는 아니다. 팔레트 위에 실은 물건을 ‘거래처’(회사)에 납품하는 일이다. 보통 3.5톤에는 가득 실으면 여덟팔레트 정도 들어간다. 한 번에 실고 납품만 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 회사의 물건을 보관, 관리해주는 보세창고에 가서 납품할 때마다 팔레트 위에 쌓고, 랩을 감아 납품한다. 시간이 꽤 소요된다. 보세창고에 갔는데 하역장에 있는 인원 수가 부족하면 나 혼자 다 쌓아서 갈 때도 빈번하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까딱 잘못하면 입고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늘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일까. 나는 운전할 때 분노를 쉽게 참지 못한다.

  일단 내가 운전을 하면서 화가 나는 경우를 몇 가지 적어보자면, 첫째, 내 주변을 달리고 있는 차량의 운전자라는 것을 전제로, 운전자가 운전을 심각하게 못할 경우. 둘째, 운전을 난폭하게 하여 내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줄 경우. 셋째, 내가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데 무리하게 내 앞으로 끼어드는 경우. 이거는 둘째와 비슷하긴 하다. 넷째, 상식을 벗어난 경우. 예를 들자면, 왕복 2차선 직선, 커브구간에서 반대편 차량 생각 안 하고 무지성으로 추월(중앙선 침범)할 때, 커브구간에서 옆 차선을 침범할 때, 추월차로인 1차로에서 정속주행할 때, 편도 4차선 구간에서 3, 4차선은 화물차, 버스전용차로인데 3차로에서 정속주행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등. 아무래도 운전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이제 이 회사에서 일한 지 2년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점점 화가 난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차 안에서 소리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화를 내다가 결국 나에게 남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그러고 보니 그랬다. 한참 분노를 쏟아내고 보면, 가라앉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동안 분노의 여운이 남아서 소소한 행복이 찾아와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그러다 언젠가 그런 글귀를 봤다.

 

  혜민스님

  분노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내가 은연중에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을 못 채워주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분노가 올라올 때 한 번 돌아보세요. 내가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혹시 그 기대가 이기적인 바람은 아니었는지.”

 

  이 글을 읽는 순간 내 시야를 가득 메운 건 ‘기대’라는 단어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운전을 할 때 내가 빨리 거래처에 가야 한다는 기대, 누군가의 행동으로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어떤 원리로 화가 나게 되었는지 알게 되니까 마음속에 잔여하고 있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과정이 내게는 필요하다. 화가 나는 것에 대해 왜 화가 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올바른 곳에 올바르게 화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그에 대한 정리. 앞으로 화가 날 때마다 혜민스님의 말을 떠올리는 습관을 들여보고자 한다.

 

2022.10.05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