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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첫사랑 같은 쿤다방, 나는 그곳이 그립다

ClarkKim 2021. 8. 29. 19:10

0.

내가 다니던 대학은 익산에 있었다. 때때로 나는 익산에 갈 때면 고향의 느낌을 받곤 한다. 단지 내가 다니던 대학이 익산에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20대의 추억이 대부분 익산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시절부터 나는 카페를 자주 다녔다. 단골 카페는 몇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예의 <쿤다방>이다. 나는 왜 아직도 쿤다방을 그리워하는가. 쿤다방만큼 세련되고 예쁜 카페는 많다. 그런데도 왜 나는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만약 내가 사는 곳과 그곳이 가까웠더라면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갔을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네 번은 갔겠지. 대학시절에도 주 세 번 이상은 갔으니까. 이렇게 코로나가 극심한데도 네 번이나 갔을 거라고 말하는 건, 지금 미치도록 그립다는 뜻이리라. 그렇다. 나는 그곳에 가고 싶다.

 

1.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흰색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내부도 흰 배경에 검정색 카운터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주로 내가 앉았던 곳은 자동문을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있는 테이블, 벽과 맞닿아 있는 기둥 옆의 테이블, 바로 그곳이다. 나는 거진 창문을 등지고 앉았다. 카운터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리에 앉아 노트와 책을 펼쳐놓고 카운터로 가 주문을 한다. 열의 아홉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열의 한 번은 달달하면서도 씁쓸한 카페모카를.

 

2.

지금 나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카페를 좋아하는 나는 적당히 시끄러운 곳에서 글을 쓸 때면 아주 기분이 좋아진다. 이곳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한 여인의 품속에서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다시 가만히 생각해본다. 왜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러나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하기 힘들다. 그냥 그곳은, 쿤다방이라는 그곳은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면 옛 느낌 그대로일 것만 같다. 정말이지 그곳은 첫사랑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의미의 첫사랑.

그래, 그곳은 가끔은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왔다. 글을 쓰는 나로서는 신나는 노래보다는 그런 잔잔한 음악이 더 글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가끔은 발라드가 나올 때도 있었지만, 거진 나오는 음악은 뉴에이지. 정체 모를, 그렇지만 정체를 알고 싶은 가사 없는 멜로디가 나왔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라는 사람을 휘감아갔다. 쿤다방은 '노래는 귀로만 듣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곳이었다. 그곳에서 글을 쓸 때 황홀한 기분이었다. 키스를 할 때처럼 달콤한, 내가, 너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 진한 스킨십만으로 사랑을 물씬 느끼게 만드는 곳. 그리하여 마침내 노래가 끝나면 나의 눈을 풀려 있곤 했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3.

안 되겠다. 눈을 감고 그곳을 떠올리고 있으니 나는 그곳이 미친듯이 그립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옛날의 그 느낌이 아닌 것처럼 느낄지라도, 나는 그곳에 가야겠다. 그곳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없는지 찾진 않겠다. 그래놓고 가서 실망할 지언정 나는 그대로 두겠다. 이 감정을, 이 생각을, 느낌을. 잠시나마 그곳을 생각했단 것만으로 비로소 나는 휴식하고 있다고 느낀다. 조만간 만나기를,

쿤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