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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간만에 쉬는 날에, 나는 흥얼흥얼

ClarkKim 2021. 2. 4. 21:08

 

  오랜만에 푹 잤다. 아침에 잠깐 일어난 것 말고는 아주 오래 잤다. 그래도 10시에는 일어났다. 피곤이 썩 가시지 않은 것 같아서 가볍게 시리얼을 먹고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때가 되어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루투스스피커로 노래를 켜 흥얼거리면서 주방으로 갔다. 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설거지를 할 때 종종 춤을 추는데, 오늘도 그랬다. 요즘 저스틴 비버의 <holy>, 마룬파이브의 <memories>, 레이디 가가의 <shallow> 같은 노랠 들으면서 노래에 딱 맞는 춤을 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쉬는 날엔 더욱 그렇다.

  오후에는 지저분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역시 내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를 들으면서 헤어샵으로 갔다. 단골 헤어샵은 예약손님으로 바글거렸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렸다. 집 근처의 헤어샵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나는 머리에 딱히 민감한 편은 아니므로 미용사의 작품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녁은 동생과 피자를 먹었다. 평소보다 적게 먹었지만 뭔가 포만감을 느꼈다.

  저녁에는 잠깐 상실했던 책을 찾았다. 이 책을 다시 찾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페이지든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 여자친구가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겠지. 사랑스러운 곳보다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힘든.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요양원에 있는 나오코를 만나러 간 장면. 예전에는 나오코가 참 좋았으나, 언젠가부터 나는 미도리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도리. 생기 넘치는 미도리. 여담이지만, 나는 칵테일 바에 가면 미도리샤워부터 마시곤 한다.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를 생각하면서. 뭔가 미래를 그리게 되는 사람이니까.

 

  정말이지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며칠 전 지인이 내 블로그를 구독한다고 자기도 새롭게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그 영향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 뭐든 습관이다. 안 해버릇하면 안 하게 된다. 글로 먹고 살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나로서는 글을 놓는다는 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시금 글을 쓰게 만들어준 지인 파페포푸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