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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방에서 방으로 이사하다

ClarkKim 2021. 3. 14. 22:25

  새로운 방은 내 동생이 거처하는 방이었다. 동생이 어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오늘 원래 있던 방에서 이 방으로 짐을 옮겼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아버지와 나는 바로 정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싶었다. 왜냐면 내 방에서 나온 짐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게 짐을 한꺼번에 옮기기보다는 차례대로 나눠서 옮길 것을 제안하셨고, 나는 그러자고 했다. 맨 처음 한 것은 침대를 옮기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했다. 다음으로는 책상 위의 모든 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는 게 더 일을 복잡스럽게 만드는 건 아닌가 했다. 하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건 신의 한 수였다. 짐을 정리하면서 내 책상이 이렇게 더러웠구나, 라는 걸 몸소 느꼈다. 또 책을 내려놓으면서 한 페이지씩 훑어보기도 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책을 보니까 역시 나의 길은 이 길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을 읽지 않고, 소설을 쓰지 않는 행동은 나를 곪게 만든다는 것을.

  내가 책상 위의 모든 짐을 내려놓자, 아버지는 물기 어린 수건을 들고 와 책상을 깨끗이 닦았다. 그런 후 새로운 방으로 책상을 옮겼다. 방 한 구석에 자리한 책상에 알맞게 책을 꽂았다. 아버지와 내가 짐 정리 및 청소를 할 때 어머니는 내 침대 위에 커버를 씌우고 건조를 마친 이불을 침대에 가지런히 폈다. 오전 내내 부모님과 나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내 새로운 방 정리를 끝냈다. 끝나고 나자 몸이 축 늘어져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주말시간을 내주신 것에 감사하고 죄송하여 곧장 일어나 부모님께 함께 정리해주신 것 정말 감사드리노라고 말씀드렸다.

  아마 혼자 정리했다면 배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짐을 옮기지 않고 원래의 방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동생도 새로운 곳으로 떠난 만큼, 나 역시 새로운 방으로 옮기고 새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나는 그 말씀에 동의를 했다. 함께 하니 금방 끝났고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또 부모님과의 추억을 쌓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2021.03.14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