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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연차 쓰고 쉬는 날, 오랜만에 도서관에 왔다. 분실한 회원증 재발급을 하고 나서 문헌자료실에 서 있다가 문득 무언가를 느꼈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 서 있으니 쉬고 있던 독서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여기 있는 책들의 절반이라도 내 머릿속에 있다면 나의 삶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워질까 생각한다.
2023년도 목표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다. 2023년, 많이 그립겠지만 오늘은 한 해 동안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기록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2023년 1월 - 8일 : 이태원 가서 마음에 드는 옷 네 벌 구입 - 14~15일 : 1인 당진여행 - 22일 : 종로 5가로 어머니 반지 사러 가족끼리 다녀옴 - 23일 : 가족과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및 연화장 다녀옴 - 26일 : 킥복싱 3개월 운동 시작 / 제18회 생활문예대상 수필 투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2023년 2월 - 1일 : 친구 이OO 할머니 조문 - 7일 : 영화 시청 - 12일 : 아버지와 드라이브 - 17일 : 친구 은무O, 한기O ..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은 7일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 역시 각자만의 좋아하는 날이 있다. 원래 나는 목요일이 싫었고, 토요일이 좋았다. 왜 목요일이 싫었냐면 목요일이 없으면 바로 금요일이고, 금요일만 잘 마치면 주말을 쉴 수 있으니까. 토요일이 좋았던 이유는 토요일을 잘 보내고도 일요일이라는 시간이 남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싫어하는 요일이 없어지고, 조금 더 좋아진 요일이 생겼다. 일요일. 남들은 일요일이라는 날 다음 월요일이라서 싫다는 감정을 가질 때, 나는 일요일이라는 날이 아주 중요한 날이란 걸 깨닫는다. 왜냐하면 일주일 중 마지막날이자 첫 시작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요일 오전에는 한주의 마무리를 하고, 오후엔 다음주를 준비한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

새로 산 펜으로 적어본 캘리그라피 글귀. 언젠가 내 작품에 썼던 장면 하나를 따 와 캘리그라피로 표현해봤다. '깜빡거리는 가로등/칠 바랜 벤치/벚꽃잎 떨어진 거리/거닐던 그곳의 전부가/오직 너와 함께 한/일상이었음을' 두 달 전 캘리그라피 모임에 처음 나가게 됐다. 그때 모임장님이 쓰는 걸 어깨 너머로 본 후 연습하다가 문득 이 글귀를 캘리로 써 보고 싶었다. 몇 번의 연습 끝에 사진으로 남겼다. 쓸 땐 내 실력이 이렇게 늘었나했지만, 막상 사진으로 남기고 보니 아직도 많이 부족하구나싶다. 더 열심히 연습해야지. 캘리그라피 글귀를 쓴 날 : 2022/04/30 포스팅을 하는 날 : 2022/06/13
가슴에 작은 구멍이 난 것 같다.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고, 나는 그걸 메울 힘조차 나지 않는다. 요 며칠 몇 개의 아이디어가 떠올라 메모를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이디어를 꺼내어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진정 내 마음이 나를 이끌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타자를 쳐서라도 나는 작품을 써야 됨을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만 있을 뿐이다. 이것은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니다.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이제는 두려움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새벽, 2시, 모두가 잠에 들 무렵, 나는 뉴에이지랑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다. 지금 듣는 노래는 츠네키치 스즈키의 이라는 곡이다.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1의 오프닝곡. 처음 듣자마자 반한 곡이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거리를 걸을 때 나는 아주 가끔 교차로 위에서 점멸하는 신호등을 볼 때가 있다. 종종 점멸하는 신호등을 바라볼 때면 평소보다 몇 초 정도 더 멈춰 있는 신호를 느끼곤 한다. 신호등을 볼 때처럼, 또 신호등처럼 아주 가끔은 자리에 멈춰 서서 우리네의 삶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그리하여 나는 점멸하는 신호등 한켠에 서서 아직 오지 않은 내 영혼을 이따금씩 기다리곤 한다. 2019. 12. 11 미세먼지 많은 어느 날, 점멸하는 신호등 앞에서. ClarkKim
별을 본 적이 언제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별을 좋아했을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꽤 오래 전부터 별을 좋아해왔다고, 동경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 별을 봤다. 아니, 오늘 별을 봤다. 비와 안개 때문에 별을 보지 못했던 지난 날들을 다 잊게 만들 정도의 강렬함을 느꼈다. 마음이 맑아지면서 이 별을 보기 위해 내가 살고 있구나싶었다. 별은 참 아름답다. 머리 위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들도 예쁘고, 아직 채 빛을 쏘아보내지 않은 별들 사이로 힘 있게 제 일을 다하는 별들도 아름답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땀을 흘려가며 내는 빛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며 넋 놓고 바라볼 뿐이다. 감사하고 미안하다. 언젠가는 내 땀방울이 빛을 낼 수 있겠지. 해서 먼 행성에서 내 땀방울을 보고 예..
티셔츠에 녹색 자켓을 하나 걸치고 밖에 나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저 날씨가 쌀쌀한 정도이겠거니하고 오늘도 그렇겠지했다.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나무들이 하나둘 옷가지를 벗고 있던 걸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제 봤던 나무가 오늘도 그대로네, 하면서.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도로 집 안으로 들어가 두꺼운 패딩을 걸쳤다. 얇은 자켓만으로는 이 추위를 어떻게 버틸까. 거리로 나오니 손에 종이뭉치를 들고 서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나는 가만히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오늘이 수능이라는 걸 겨우 깨달았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 추웠구나. 이상하게도 수능날만 되면 날씨가 그렇게 춥다. 모든 수험생들의 열기가 한데 모이면서 따뜻한 불꽃이 이는 대신 오히려 단단한 얼음꽃이 피어나는 걸까. 너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