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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본문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ClarkKim 2021. 12. 21. 22:28

  한때는 이 블로그를 자주 왔다가곤 했다. 와서 제멋대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가.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가 신기할 따름이다.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했던 그때의 나는, 많이는 아니지만 일 년에 백 권 정도는 읽었다. 못해도 70권 정도.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계산하면 2008년,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하던 2018년, 그리고 그로부터 1년 후 2019년까지. 약 11년을 책과 글쓰기에 미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 시절. 2019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잘 읽지 않았다. 뭔가 모르게 나는 책을 잘 읽지 않았다. 이유가 정확히 뭐냐, 라고 물으면 말할 재간이 없다, 나로서는. 아무튼 책 속의 활자를 먹고 마셨으면, 잘 뱉어내는 게 맞는 거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분석문이나 감상문을 썼고, 때로는 시를 쓰거나 소설을 썼다. 모 기업에서 물류사원으로 일할 때도, 또 어떤 기업에서 부동산컨설팅을 할 때도, 종종 나는 글을 썼다. 어떻게든 소화하려고 애를 썼다. 대학시절 이후 어느 곳에서 수상한 경력은 없지만, 계속해서 뱉어냈다. 모종의 글을.

 

  지금은 대우가 좋은 회사 배송팀에 들어와 거래처에 물건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직장이 마음에 든다. 쏙 든다고 말하진 않겠다. 입방정을 떨면 꼭 일이 잘 안 풀리는 징크스가 있어서. 스무 살 때 면허를 따고 쭉 운전을 해왔다. 운전은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나의 아버지 역시 오랜 기간 화물차 운전을 하셨고, 지금도 운전을 업으로 삼아 일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일까. 나는 운전하는 게 행복하다고 느낀다. 운전을 하면서 드는 수많은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주변에게 늘 말하고 다닌다. 운전하는 게 행복하다고. 즐겁다고. 군인이던 시절에도 나는 중형차량 운전병이었다. 아마 그때 운전병이었던 게 지금 와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지금 회사 차량 1톤, 1.2톤, 2.5톤, 3.5톤 냉동탑차를 운전―주로 내가 3.5톤을 몰고 다닌다―하면서도 군 시절 갈고닦았던 기술과 십 년 가량 운전한 경험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 중이니까. 부모님께서는 내가 이 직장에 들어오려고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하곤 하신다. 회사에 면접 보러 갈 때나 갔다왔을 때 나는 생각하곤 했다. 내가 마음에 드는 회사, 회사 역시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그런 곳에 입사하고 싶다, 라고. 그 회사가 지금 여기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 심각해진다. 만족해도 될까. 만족하고 살아야 할까.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건 아니다. 지금 나의 존재와 위치가 맞는 걸까? 내가 디디고 서 있는 여기가 단단한 지반인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나이 서른, 이제 곧 서른 하나. 부동산에 다닐 때 그런 생각이 더욱 커졌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 사람들은 자꾸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 이제 다른 회사에 이직해서 나 역시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의 크기와 넓이가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는 않은가, 하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직 내가 젊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인생의 멘토가 있다면 내게 잘 가고 있다고 말할까 아니면 넌 아직 느리고 잘못되었다고 말할까.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이 들 수 있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다. 심장이 뛰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의 걱정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아직은 뚜렷하게 내 꿈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그러면서도 다가오는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들기로 다짐하기. 목표를 정하기. 목표를 이루기. 글쓰는 일, 어렵다고 생각이 들기 전에 한 장이라도 더 머릿속에 입력하고, A4용지에 출력하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영업팀 팀장님이 해주신 말씀을 글의 마지막에 적어보겠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싶으면, 절반을 단숨에 읽겠다는 생각을 버려. 한 장부터, 단 한 페이지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럼 어느 순간 책 한 권을 다 읽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 목표란 그렇게 세우는 거야."

  그렇다. 어느 누구도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다음 날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없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다. 차근차근 시작하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