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50)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2017년은 유독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원래부터 많은 사람이 세상을 등졌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해서일까. 불과 하루 전에도 아이돌 그룹의 김 모 가수가 떠났다.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었고, 그룹의 노래도 좋아하지 않았다. 걷다가 그 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흥얼거리는 정도. 딱 그 정도. 그런데도 가슴이 탁 가라앉으며 숙연해진다.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일면식도 없었을 그였을 텐데 왜 난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그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뿐이다.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아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생기를 잃고 눈을 감을 때까지, 누구나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 누구는 온 몸에 휘황찬..
며칠 전에 외갓댁에 다녀왔어요. 원래 주중에는 일을 하느라 따로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조금 예외였죠. 약 일 년 전에 경기도 외곽에 사시던 외할머니가 고향인 충북으로 내려가셨어요. 그곳은 굽이굽이 진 산길을 몇 번이나 돌아간 후에야 들어설 수 있는 마을이에요. 길을 따라 가면서 떨어진 붉은 낙엽을 보니 비로소 겨울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해가 곧 지고 주변이 새까매질 때쯤 외갓댁에 도착했어요. 외할머니랑 맞은편에 사는 아저씨가 둘러 앉아 메주를 쑤고 있어서, 생애 처음으로 메주 쑤는 일을 했답니다!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러나 곧 적응해서 메주 두 개 정도를 만들었어요. 직사각형이 아닌 넓적한 호박 모양으로. 메주 쑤는 일이 끝나자 외할머니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