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52)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2017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필름처럼 지나간다. 이제 약 40분 있으면 2017년은 완전한 과거가 되어버린다. 2018년을 살고 있는 내가 있겠지. 17년 새해를 맞이하며 계획을 작성하던 나였는데, 어느새 18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일을 끝냈다. 약 삼 개월간 하던 일이었는데 내년부터 시스템이 바뀌면서 오늘이 마지막이 되었다. 물론 일 주일 전에 그런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오늘은 일을 하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매니저 형과 주방 이모께서 내게 너무 잘해주셨기 때문일까. 형과 이모한테 작별 인사를 할 때 준비한 선물을 드렸다. 형에겐 옷과 편지를, 이모에겐 목도리와 장갑과 편지를. 마지막이니까 말할 수 있다. 너무나 감사했고, 'ㄱ'―매장 이름―하면 형과 이모..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곳은 작은 매장이다. 하지만 매장 넓이와는 반비례하게 아주 많은 사람이 와서 음식을 먹고 간다. 대체적으로 요식업이 다 그렇듯 따로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고맙게도 매니저님이 담배를 한 대 태우러 가도 좋다는 허락하에 나는 약 2분에서 4분 정도의 쉬는 시간을 얻는다. 오늘도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쉬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왔다. 비가 조금 오다가 그쳤고, 미세먼지 때문에 안 그래도 뿌옇던 하늘이 더 흐려졌다. 내가 자주 앉곤 하던 계단에도 빗물이 스며들어 있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일이다보니 쉬는 시간을 얻어냈을 땐 앉고 싶은데, 빗물에 옷이 젖을까 싶어서 그냥 서 있었다. 마침 그곳에는 물건을 늘어놓고 장사를 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그분들은 격..
2017년은 유독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원래부터 많은 사람이 세상을 등졌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해서일까. 불과 하루 전에도 아이돌 그룹의 김 모 가수가 떠났다.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었고, 그룹의 노래도 좋아하지 않았다. 걷다가 그 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흥얼거리는 정도. 딱 그 정도. 그런데도 가슴이 탁 가라앉으며 숙연해진다.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일면식도 없었을 그였을 텐데 왜 난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그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뿐이다.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아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생기를 잃고 눈을 감을 때까지, 누구나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 누구는 온 몸에 휘황찬..
며칠 전에 외갓댁에 다녀왔어요. 원래 주중에는 일을 하느라 따로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조금 예외였죠. 약 일 년 전에 경기도 외곽에 사시던 외할머니가 고향인 충북으로 내려가셨어요. 그곳은 굽이굽이 진 산길을 몇 번이나 돌아간 후에야 들어설 수 있는 마을이에요. 길을 따라 가면서 떨어진 붉은 낙엽을 보니 비로소 겨울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해가 곧 지고 주변이 새까매질 때쯤 외갓댁에 도착했어요. 외할머니랑 맞은편에 사는 아저씨가 둘러 앉아 메주를 쑤고 있어서, 생애 처음으로 메주 쑤는 일을 했답니다!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러나 곧 적응해서 메주 두 개 정도를 만들었어요. 직사각형이 아닌 넓적한 호박 모양으로. 메주 쑤는 일이 끝나자 외할머니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