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죽음에 대해 끄적이다 본문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죽음에 대해 끄적이다

ClarkKim 2017. 12. 19. 20:00

 2017년은 유독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원래부터 많은 사람이 세상을 등졌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해서일까. 불과 하루 전에도 아이돌 그룹의 김 모 가수가 떠났다.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었고, 그룹의 노래도 좋아하지 않았다. 걷다가 그 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흥얼거리는 정도. 딱 그 정도. 그런데도 가슴이 탁 가라앉으며 숙연해진다.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일면식도 없었을 그였을 텐데 왜 난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그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뿐이다.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아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생기를 잃고 눈을 감을 때까지, 누구나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 누구는 온 몸에 휘황찬란한 액세서리를 휘감은 채로 갖은 부귀영화를 누리다 가고, 누구는 옷 한 벌 사 입을 돈이 없어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옷을 걸치고 거리를 떠돈다. 누구는 한 방에 시험에 합격해서 탄탄대로로 가고, 누구는 합격이나 성공을 그토록 원했음에도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간다. 누구는 애인을 수시로 갈아타면서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원할 때마다 연애를 하지만, 누구는 일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산다. 극과 극만 있을까? 아니다. 중도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시험을 봐서 합격을 했지만 애인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사는 사람, 애인을 만나 행복한 삶을 누리지만 시험 등에 합격을 못하는 사람, 더 깊숙이 들어간다면, 갖은 부귀영화를 다 누리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진 사람, 마음만은 행복하지만 당장 먹을 식량이 없는 사람……. 어쩌면 우리는 모 학자의 말처럼, 죽기 위해 사는 것일지도. 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죽기 위해 죽음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자. 그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의 죽음이다. 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죽음이 궁금했다. 죽고 나면 스르륵 몸에서 영혼이 빠져 나와 저승으로 함께 가기도 하고,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이 이승을 떠돌게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모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죽은 사람을 산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아무리 많은 종류의 영혼이라고 해도 그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죽었다면 이렇게 타자를 두드리며 글을 적고 있지 않았겠지. 그러나 죽음을 다른 것에 대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나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면?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이, 잘 알고 있는 지인이 갑작스레 또는 예견된 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을 젖게 한다. 결국 나와 관련되거나 티브이로 자주 보던 사람이 그렇게 삶에서 없어지게 되면 죽음이란 얼마나 가혹한 시련이고 아픔인지 똑똑히 느낄 수 있다.

이번 해에 별세한 사람들, 그들과 관련한 수많은 사람들,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 다 알 수 없겠지만, 死者에게는 명복을 빌고, 生者에게는 남아 있는 생 행복하기를.

 

2017. 12. 19

ClarkKim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적이라는 말  (0) 2018.04.11
우리 마음속의 와이퍼  (0) 2018.02.11
2017년 수고한 내 자신에게  (0) 2017.12.31
사람이 먼저인 세상  (3) 2017.12.23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5)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