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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ClarkKim 2017. 12. 23. 23:47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곳은 작은 매장이다. 하지만 매장 넓이와는 반비례하게 아주 많은 사람이 와서 음식을 먹고 간다. 대체적으로 요식업이 다 그렇듯 따로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고맙게도 매니저님이 담배를 한 대 태우러 가도 좋다는 허락하에 나는 약 2분에서 4분 정도의 쉬는 시간을 얻는다.

   오늘도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쉬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왔다. 비가 조금 오다가 그쳤고, 미세먼지 때문에 안 그래도 뿌옇던 하늘이 더 흐려졌다. 내가 자주 앉곤 하던 계단에도 빗물이 스며들어 있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일이다보니 쉬는 시간을 얻어냈을 땐 앉고 싶은데, 빗물에 옷이 젖을까 싶어서 그냥 서 있었다. 마침 그곳에는 물건을 늘어놓고 장사를 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그분들은 격주로 우리 매장 뒤쪽에 자리를 펴놓고 일을 했는데, 오늘도 역시 한쪽엔 폐지를 쌓아두고, 다른 한쪽엔 장사를 했다. 나는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에, "어르신, 실례지만 여기 쌓아둔 폐지에 좀 앉아도 될까요?"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람이 우선이지!"하고 앉아도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냥 앉으라고 말했어도 감사함을 표현했겠지만, 좋은 말씀을 전하며 호탕하게 웃던 노부부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참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다. 길을 걸어가다가 어깨를 부딪혀도 사과를 하지 않고, 한다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 대신 인상을 구기기도 한다. 종업원과 손님 사이에 건넬 수 있는 인사조차도 안 하고 돈을 냈으니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뿐인가. 직업에서도 미세하게 상하관계로 나누어지는데 상대적으로 위에 속한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이른바 갑질을 행하기도 한다. 어차피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거, 한 발자국 뒤에 서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미소를 지으며 사는 게 어떨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삶, 눈썹을 찡그리며 화를 내는 대신 입꼬리를 올리며 그럴 수도 있죠,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삶, 앞차가 늦게 간다고 경적을 울리는 대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조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삶. 그런 삶을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17. 12. 23

Clar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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