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우리 마음속의 와이퍼 본문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우리 마음속의 와이퍼

ClarkKim 2018. 2. 11. 21:26

남극에서부터 불어올 만한 강한 추위가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전보다 더 많은 바람이 몰려와 내 가슴팍을 통과해서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옷깃을 세게 여민다. 그에 따라 어깨도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

하루의 절반 동안 빛을 내던 태양이 힘을 잃고 떨어질 때쯤 나는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사러 간다는 명목 하에 드라이브를 가기 위함이었다. 아니, 드라이브를 간다는 명목 하의 외출인지도 모른다.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것들이 차창 위로 덮여 있었다. 나는 하루 종일 잠을 자던 자동차의 목에 열쇠를 밀어 넣고 시계 방향으로 반 바퀴 돌리며 와이퍼를 켰다. 기지개를 켜듯 엔진에서 웅웅 소리 끝에 시동이 걸렸다. 나는 엑셀을 밟고 단지를 벗어났다.

주말이라 쉰다고 집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와 바람을 맞으니 아닌 밤중에 활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원래 굉장히 아침형 인간이라고 자부했던 나인데 저녁에 새로운 힘이 생기자 조금 설렜던 것도 있다. 좀 더 엑셀을 밟으며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자 큰 길이 나왔다. 큰 길에 나오니 하나둘 차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체적으로 상향등을 켜고 있었다. 나는 기분 좋게 나온 거라 최대한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지금 막 나온 차들이겠거니 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큰 도로 옆의 좁은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상향등을 켠 차들 때문에 도저히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악을 켜놓고 천천히 주행하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나중에는 앞유리에 비치는 상대편 운전자의 상향등에 몸을 낮추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운전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차를 도로가에 세웠다. 주변에 가로등도 많지 않을뿐더러 밤에 다른 차량을 배려하지 않는 그 운전자들 때문에 마음 편히 운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좁은 도로라 길이 보이지 않았다면 상향등을 켜고 달릴 수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최소한 맞은편에서 차가 달려오고 있다면 상향등을 끄고 운전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차에서 내려 그러한 것들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 차의 앞유리를 보았다. 그리곤 트렁크를 열어 세차걸레를 꺼냈다. 쓱쓱 앞유리를 닦았다. 걸레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운전자석에 앉았다. 웬 걸, 앞유리만 닦았는데도 주변이 놀라우리만치 잘 보였다. 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생각했다. 분명 주변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나를 위협하거나 곤란한 환경에 빠뜨리는 상대만 탓할 게 아니라 자신의 현재 모습을 와이퍼로 닦듯 돌아보면 그곳에 내 문제도 발견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도 그럴지 모른다. 자기 전에 하루에 한 번 정도 금일 있었던 일을 돌아보며 반성하면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그 깨달음으로 하여 전보다 한층 더 발전해 있는 나를 볼 수 있을지도.

 

2018211일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