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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ClarkKim 2017. 11. 17. 00:59

   며칠 전에 외갓댁에 다녀왔어요. 원래 주중에는 일을 하느라 따로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조금 예외였죠. 약 일 년 전에 경기도 외곽에 사시던 외할머니가 고향인 충북으로 내려가셨어요. 그곳은 굽이굽이 진 산길을 몇 번이나 돌아간 후에야 들어설 수 있는 마을이에요. 길을 따라 가면서 떨어진 붉은 낙엽을 보니 비로소 겨울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해가 곧 지고 주변이 새까매질 때쯤 외갓댁에 도착했어요. 외할머니랑 맞은편에 사는 아저씨가 둘러 앉아 메주를 쑤고 있어서, 생애 처음으로 메주 쑤는 일을 했답니다!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러나 곧 적응해서 메주 두 개 정도를 만들었어요. 직사각형이 아닌 넓적한 호박 모양으로. 메주 쑤는 일이 끝나자 외할머니와 저와 동생이 힘을 합쳐 저녁 준비를 했고, 메주 쑤는 걸 도와주신 아저씨와 함께 네 명이서 저녁을 먹었어요. 소주도 한 잔 했는데 아저씨가 술이 얼큰하게 들어가시니 당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셨죠. 알고 보니 아저씨는 과거에 외국 여행을 꽤 많이 갔다온 분이셨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일 년에 두세 번은 외국을 나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저와 동생에게 해주셨죠. 그러면서 스킨십과 관련된 주제로 넘어왔는데, 그 얘기는 상당히 인상깊었어요.

   "길 가다가 어르신들이나 또 사람들을 보면, 인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꼭 안아드리는 게 더 좋아."

   저와 동생은 잠자코 들었어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만나뵙게 되어 행복합니다'."

   나는 웃었어요. 그 말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는 것과 우리들 문화랑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네의 인사는 친구나 손위·아랫사람에겐 손을 흔들거나 어른들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잖아요. 요즘은 외국의 문화가 들어와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악수를 하기도 하고요. 근데 처음 만나든 오래 만나든, 어찌 됐든 만나면 꼭 안아주면서 '만나뵙게 되어 행복합니다'하고 인사를 건넨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러면서도 이건 꼭 본받아야겠다 싶어서 아저씨께 '새겨들을게요'하고 말을 했어요. 저녁을 먹으며 어느 정도 술을 잡수신 아저씨는 이제 그만 가야겠다고 하며 우리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일어섰어요.

   "아저씨."

   내 부름에 아저씨가 뒤를 돌아봤고, 저는 앞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죠.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하고 포옹의 자세를 취하자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문 밖을 나서면서 제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보다 행복합니다, 로 하는 게 더 좋아." 하고 덧붙이며 대문을 나가셨어요.

   아저씨가 나가자 할머니는 새벽부터 메주를 쑤신 탓에 먼저 들어가주무셨고 저와 동생은 방 한 구석에서 책을 보거나 노래를 들었어요. 곧 자려고 누웠을 때도 계속 생각나더군요. '만나뵙게 되어 행복합니다'라는 그 구절이.

   사실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을 진실되게 사귀려면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이는 거요. 솔직하고 시원하게. 누군가를 안을 때도 그렇죠. 개개인마다 포옹을 하는 자세가 다르긴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안는 행위는 언제나 포근해요. 마음이 푹 놓이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전부 포옹을 하며 그 구절을 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사람들에게는 해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 뵌 아저씨였지만 그 이야기는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어요.

 

2017. 11. 17

Clar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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