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삶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 본문
언젠가 샤이니 종현에 대해 쓴 글이 있다. 그가 겪었던 우울증에 대해서도. 그리고 며칠 전, 나는 운전을 하다가 <하루의 끝>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잠시 종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뜬 채 짧게 기도를 했다. 그러다 종현이 작사, 작곡한 <한숨>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곧 눈물이 앞을 가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그 정도로 나는 오열했다.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대 탓하지 않아.'
아무도 그대 탓하지 않아. 이 부분에서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어쩌면 종현은 한숨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쓰면서 자기자신에 대한 위로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하면서.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순간까지도 종현은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죽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살고 또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종현은 떠났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세계로.
나는 오늘 낮에 유튜브를 보다가 2006년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떤 사람을 알게 됐고, 그의 블로그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글은 대체적으로 암울하고 절망적이었다. 고인도 상황을 이겨내보려 노력했으나,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나는 마음이 아팠다. 내 마음 역시 온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살아내는 삶이 더 낫진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삶은 고통스럽지만 마냥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니니까.
지금 그 블로그에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삶이 대체로 고통스럽고 가끔은 고통을 잊을 만한 행복하고 기쁜 일이 있다고 해도, 굳이 삶을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은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렵고 고단하고 절대로 쉽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나는 선택해야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더 알아볼 것인지 아니면 쉬운 길을 찾을 것인지. 어찌 됐든 아직 나에게는 삶을 살아낼 시간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사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떻게 살지를 선택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선택한다. 결국 우리는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삶은 B와 D 사이의 C이다.'
그렇다. 삶과 죽음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답이 안 나오는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선택하는 일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죽음을 조금이나마 뒤로 미룰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안정을 되찾게 되면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우울증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다. 한때 나 역시도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 혼자 운전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충동에 휩싸였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내 차에 탔을 때,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꺾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두렵고 무서워서 목이 메곤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목표에 대해 떠올렸다. 십여 년 전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구타와 폭언, 욕설을 겪을 때도 나는 잠깐 쓰러져 쉬고 싶을 뿐 죽을 수 없다, 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대한민국의 대문호가 될 것이라는 대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고등학생이 되면서 시인이자 소설가가 되고자 했고 결국 내게 다가온 그 꿈을 가슴에 품은 선택이 나를 죽음으로부터 끝없이 살려냈다.
신체의 병이든, 마음의 병이든 삶을 살면 한 번쯤은 얻게 될 수 있다. 그럴 때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다. 아마 그때는 삶보다는 죽음의 신이 살가운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살아서 할 일이 죽어서 할 일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왕 한 생 살기 위해 온 것, 죽을 때 죽더라도 뭔가를 하자. 힘든가? 그러면 울어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울어라. 힘든 상황에 애써 밝은 척할 필요 없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할 줄 아는 게 첫 걸음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나에게 온 힘을 집중하면 삶과 죽음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알게 되리라 믿는다.
내일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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