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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Kim - 소설 분석] 김미월 소설가「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책」분석문

ClarkKim 2018. 12. 5. 14:19

[ClarkKim - 소설 분석] 김미월 소설가「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책」분석문

-『2008년 올해의 중요소설』에 수록된 작품

 

  1. 소설 정보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 작중 주요 배경 : 테헤란로, 시인의 오피스텔

  ⓒ 주제 :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의 갈등

 

  2. 줄거리

  학창시절 진호는 시 쓰는 것으로 곧잘 백일장 등에서 상을 타 온다. 특기를 살려 문예창작학과를 전공 및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한다. 선, 후배나 동기들이 몸값을 올려 이직하거나 사직서를 낼 때, 진호는 스스로 재능도 없고 장점도 없다며 자책하면서도 견뎌낸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직속상사인 팀장이 베스트셀러 작가 에이치 시인과의 계약을 하러 가는 자리에 자신을 데려가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 업무 능력이 탁월한 팀장이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어릴 적 시를 썼다는 진호의 개인사를 위해 자신을 이렇게 중대한 자리에 데려간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책임을 느낀 진호는 이번 계약을 꼭 성사시키리라 다짐한다. 1차는 고급중식당에서 먹는데 팀장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기만 하는 시인을 보며 약자는 말이 많고 강자는 먹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골 바에서 술을 마시고 말문이 트인 시인을 보며 강자에게 선택권이 있으며 약자는 그에 따라야 한다는 걸 체감한다. 다들 술을 많이 마시지만 취하지는 않아서 시인이 사는 오피스텔까지 동행한다. 술잔을 기울이다 문득 진호는 자신의 꿈을 떠올린다. 농구선수, 변호사, 가수, 그리고 테헤란로에 가보는 것. 꿈을 떠올리고 있는데 시인이 팀장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만취한 팀장을 데리고 나오려는데 시인에게 제지당한다. 시인의 욕설에도 묵묵히 팀장을 택시에 태우는데, 팀장이 시인의 집에 휴대폰을 두고 왔다고 말한다. 진호는 시인의 집에 들어가서 팀장의 휴대폰을 가지고 나오는데 느닷없이 뻗은 시인의 손에 맞는다. 왼쪽, 오른쪽 뺨을 여러 번 내주면서도 계약해주는 거죠, 하고 생각한다. 휴대폰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지만 팀장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진호는 하릴없이 빌딩 사이를 걷는데 그 길이 어릴 때부터 자주 걷던 테헤란로라는 것을 자각한다. 진호는 잠시 멈춰서서 허공을 바라본다. 택시가 자신의 근처로 다가오지만 진호는 움직이지 않는다.

 

  3. 인물

  이진호 : 작중인물 이진호는 사건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다. 어릴 적부터 백일장에 나가면 맡겨둔 짐을 찾아오듯 상을 타 오는 전도유망한 문학소년이다. 대학에 와서 자기가 쓰던 시는 시가 아니었음을, 시는 재능이 있어야 쓰는 것을 깨닫고 꿈을 접는다. 진호에겐 여러가지의 꿈이 있었지만 제대로 노력 한 번 해보지 않고 포기한다. 테헤란로에 가서 걸어보겠다는 꿈을 꾸지만 이런저린 핑계로 가지 않는다. 진호는 스스로를 세상의 주변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한계와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고, 이 소설의 주제 그 자체인 인물이다.

  팀장 : 진호가 있는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온 지 한 달만에 출판사에서 출판한 모든 서적을 꿰고 있을 정도의 업무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툭하면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는 덤벙거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시인, 진호와의 상·중·하의 관계에서 중간에 위치한다.

  시인 : 셋의 관계에서 상上에 위치하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범법도 서슴지 않고 행하려는 인물이다. 또한 팀장을 성추행하려다 진호에 의해 제지당하자, 진호에게 폭력을 행한다. 최고는 자신이고 자신 이외엔 모두 들러리라고 말하면서 진호와는 대조적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4. 상징적 단어

  테헤란로 : 진호의 시선으로 봤을 때 테헤란로는 성공한 사람들,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 걷는 거리이다. 그러나 작중 현재 시점에서 진호는 스스로를 성공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서 테헤란로를 수천 번 이상 걸어다녔음에도 그곳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 :  작중 인물의 공통점으로 셋 모두 시와 연결되어 있다. 에이치 시인은 직업이 시인이고 시로 등단을 했으니 말할 것도 없고, 팀장은 시인을 꿈꿨으나 신춘문예에 여러 번 낙선됐음을 밝혔고, 진호 또한 현재에는 시를 쓰지 않지만, 시 쓰는 것으로 대학 진학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헤프닝이었지만, 자신과 동명이인이었던 '다른 이진호'가 신춘문예 최종심에 오른 것을 본 팀장이 진호라고 착각해 그를 데리고 시인을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으니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5. 인상깊은 구절

  p20. 진호는 오늘 계약 건을 꼭 성사시키고 싶었다. 팀장의 일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 개인사로 미팅 자리에 진호 자신을 데려왔다는 것 등에 감사한 마음과 성공에의 다짐이 텍스트를 읽고 있는 내게 강렬히 전달되었다.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p27. 따지고 보면 그의 꿈의 변천사는 '되고 싶다'와 '될 수 없다' 사이의 지난한 투쟁의 역사였다.

  → 그 싸움 끝에 '되고 싶다'가 번번이 패배했다는 말이 문장 뒤에 바로 서술되어 있는데, 뭐랄까 굉장히 마음 한 켠이 저렸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꿈을 꾸고 이루기 위해 노력한 90퍼 이상이 그렇게 좌절했을 테니까. 단지 노력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처절히 깨달았을 테니까.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겪고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p32. 왜 자신은 한 번도 테헤란로에 가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 설명이 필요없는 문장이다.

 

  6. 짧은 감상평

  평소에 소설 소재에 대해 많이 메모를 해두는 편인데, 말 그대로 메모만 하다가 썩어문드러질 것 같아서 소설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펜을 들었는데 정말이지 한 줄도 적을 수가 없었다. 에세이나 시는 많이 읽었어도 근래 들어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서관에 와서 집은 책이 이거였다. 솔직히 첫 줄은 그닥이었다.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확히 10초만에 나는 몰입하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할 길은 없다. 읽는 중간에 나와 코드가 맞았는지 피식 하게 만드는 대목이 몇 군데 있었다. 소설을 덮자마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내가 프로작가들이 쓴 소설의 결말을 보고 나서 항상 뱉은 말이 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결말이 뜬구름 잡는다고 생각했다. 영화처럼 결말이 있어야 개운하다, 찝찝하다는 평을 남길 수 있는데 한국의 단편소설들은 뭐 항상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대체적으로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몇 번 읽고서야 아 그랬구나, 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알겠다. 작품을 잘 읽어보니 주제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떤 작가가 했던 말 중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소설은 주제가 명확해야 글이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말이 있다. 주제를 파악하자 이 소설을 충분히 해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정신없이 분석문에 매달린지도 모르겠다. 주제가 뻔히 보인다고 해서 쉬운 소설은 아니다. 담고 있는 내용물이 어떤가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잘 읽었다.

 

2018.12.05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