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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Kim - 시 분석] 송종찬 시인의 「그리운 막차」분석문

ClarkKim 2018. 10. 18. 20:06

그리운 막차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

 

시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연애를 한다. 설령 연애를 못해봤다 하더라도 짝사랑을 하며 남 몰래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속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한 마디로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이 시의 화자도 여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 연인과 시간을 보내다 부안까지 가는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면 언제나 그렇듯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분명 한두 시간 논 것 같은데 시게를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 있다. 막차를 탄다는 것은 연인과 작별하는 것이다. 작별하기 싫어서 조금, 조금만 하고 투정부리다가 막차를 놓친다. 화자는 2연에서 낡은 수첩을 뒤적이는데, 낡은 수첩엔 열차 시간표가 적혀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그때에도 막차는 아직 출발하길 머뭇거리는 듯하다.

폭우가 내리는 순간에도 막차는 고개를 넘는다. 그렇게 막차는 왔던 길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달려 종점에 도착한다. 화자를 내려준 막차는 이슬이 맺힐 무렵 첫 차로 다시 출발하며 화자의 곁을 떠난다.

시의 제목은 <그리운 막차>이다. 연인과 함께 있을 땐 그렇게 타기 싫어하던 막차를 작가는 왜 그리워할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건대 작가는 화자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던 나날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사랑할 때 자주 타던 막차가 자신의 휴식처이며, 좌절할 때 이리 오라 손짓하며 손을 내밀어주고, 폭우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의 길을 가는 막차를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리운 막차>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다.

 

2018.10.18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