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억 (2)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기억이라는 건 무서워서 그 기억의 주인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드라마 13화, 배우 서강준(온준영 역)의 대사. 기억이라는 건 왠지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 초원 속에 있었을 때, 나는 그 풍경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지금 나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초원의 풍경이다. 풀 냄새, 약간 한기를 머금은 바람, 산의 능선,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p15, 주인공 와타나베의 회상. 2020. 03. 18이것은 내가 모아두고 싶은 것들이라서 새로이 알게 되고, 전에 봤던 것중에 기억이 나면 계속해서 수정할 것이다. 한때 내 학과 동기였고 문우였던 친구가 하던 작업이었는데 당시엔 왜 하는지 몰랐지만 살면서 이런 ..
간만에 바Bar에 갔다. 나는 바를 즐겨찾는 것도 그렇다고 소홀한 것도 아니고 딱 중간 정도로 찾곤 한다. 그날따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그 바가 가고 싶어졌다. 앞선 자리에서 적당하게 마신 후 간 거라 몽롱한 정신을 겨우 유지하며 올라섰다. 자리는 긴 탁자를 사이에 둔, 바 메이드와 시선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앉아서 뭘 마실지 고민하다가 결국 고른 건 미도리샤워였다. 나는 미도리샤워를 종종 마신다.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 중 『상실의 시대』의 인물 '미도리'가 생각나 골랐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자꾸 찾게 됐다. 그래서 바에 가면 십중팔구 첫 잔은 미도리샤워이다. 바 메이드가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나는 이름 모를 몇 병의 양주를 보고 있었다. 마침 바 메이드가 만들어온 칵테일을 내게 건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