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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서 있다. 땀을 쏟아내며 일하던 날 이후 맞이하는 휴식의 기간에 나는 발꿈치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내 삶을 아우르는 기억의 한 조각을 집게손가락으로 벌리면 그 속엔 너와 했던 모든 것이 떠오르곤 한다. 한 번은 여수의 밤 바다를 보기 위해 무작정 기차를 탔다. 늦은 밤 기차가 잠든 승객을 태우고 까맣게 흘러내린 물감 같은 밤에 빛으로 구멍을 내며 끝없이 달렸다. 나는 그 안에 타 있는 승객들 중 한 명이었다. 단지 여수라는 지역과 밤의 바다를 보기 위해 깨 있었는데 그 밤은 이상하리만치 하얗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잠든 옆자리 승객에 눈길을 주는 일을 반복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모래사장 위의 소라껍질 대신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들뿐이었다. 너와..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싫든 좋든 계속 해야만 하는 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겐 그런 건 독과 같은 것. 티스토리뿐만 아니라, 한동안 글 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 때문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 남들에겐 발전의 시간이 내겐 의미없는 숫자들의 연속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글은 내 인생이었다. 글을 쓰지 않는 이 순간, 나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있던 일이라 작별하는 게 낯설었다. 마음은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데, 몸은 자꾸 밀어낸다.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왔다. 여지껏 단 한 번도 나는 글을 빼놓고 내 인생을 논한 적이 없다. 길을 걷을 때, 커피를 마실 때, 밥을 먹을 때, 잠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심지어 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