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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엽편소설] 환영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서 있다. 땀을 쏟아내며 일하던 날 이후 맞이하는 휴식의 기간에 나는 발꿈치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내 삶을 아우르는 기억의 한 조각을 집게손가락으로 벌리면 그 속엔 너와 했던 모든 것이 떠오르곤 한다. 한 번은 여수의 밤 바다를 보기 위해 무작정 기차를 탔다. 늦은 밤 기차가 잠든 승객을 태우고 까맣게 흘러내린 물감 같은 밤에 빛으로 구멍을 내며 끝없이 달렸다. 나는 그 안에 타 있는 승객들 중 한 명이었다. 단지 여수라는 지역과 밤의 바다를 보기 위해 깨 있었는데 그 밤은 이상하리만치 하얗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잠든 옆자리 승객에 눈길을 주는 일을 반복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모래사장 위의 소라껍질 대신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들뿐이었다. 너와..
1일 1작_ 아무거나 쓰기/소설
2019. 2. 22.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