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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발로 하는 게 전부인가?

대한민국 축구의 현주소

ClarkKim 2019. 1. 26. 04:15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나는 축구선수도 아니고, 축구 관련 기자도, 캐스터도, 해설자도 아니다. 그저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한때 축구선수를 꿈꿨던, 그러나 지금은 축구와 딱히 관련 없는 일반인이다. 그렇다고 내가 쓰는 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러한 종류의 글을 쓴다고 해서 간혹 내가 축구계의 대단한 양반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고 생각없이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어서 미리 적는다.

 

  약 6시간 전에 아시안게임 8강전 우리나라와 카타르와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는 1:0 패배. 90분 경기 중 79분에 먹힌 골이 승패를 갈랐다. 역습으로 이어진 공격에서 미드필드 라인 왼쪽에 있던 아피프 선수가 중앙에 있던 하템 선수에게 패스를 줬고, 하템 선수가 왼쪽으로 드리블하다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을 때렸는데 그게 골문 구석에 꽂혔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봤다면 박수를 칠 정도로 깔끔하게 들어간 골이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카타르에게 졌다고 뭐라고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승부가 있는 경기에는 무승부로 끝날 룰이 아니라면 무조건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세계 1위 독일을 2:0으로 이길 수 있는 것처럼, 피파랭킹 53위의 대한민국이 93위 카타르한테 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건 우리나라가 못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의외로 카타르가 강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과거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이 살수에서 30만의 수나라대군을 물리친 적이 있다. 또 중국 촉과 위가 힙을 합쳐 100만이 넘는 위나라군을 적벽에서 수장시킨 일도 있다. 한수 아래 전력에 지는 일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전술에 있다.

  십년 넘게 (한국)국대 축구를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이게 가장 크다. 너무 커서 국대 경기만 보면 휘슬이 불리자마자 자꾸 생각이 난다.

 

  대한민국 축구선수들은 왜 자꾸 백패스를 하는가?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백패스를 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백패스를 한다는 건 상대의 압박이 너무 거세서 볼을 뒤로 돌리면서 빈틈을 찾고자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 상대 포워드와 미드필더가 앞으로 나오면서 밀집수비의 간격이 넓혀지면서 그 사이가 텅 비게 된다. 그때 우리는 짧은 패스나 또는 스루패스를 통해 수비진을 허물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경악했던 건 선수들의 백패스였다. 카타르의 하템 선수에게 중거리를 허용한 시각이 79분이었다. 선수들 세레머니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약 1~2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남은 시간은 고작 9~10분 남짓인데 그 시간에 공격을 해도 모자란데 계속 백패스를 하고, 성공률도 낮은 롱패스를 통해 한방을 노리려고 했다는 게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운이 없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선수가 경기를 뛰어도 그날 운이 좋지 않으면 하루종일 슈팅을 때려도 계속 골대를 맞추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가 선취골을 따내고 침대축구를 하는 걸 버젓이 보면서 계속 볼을 뒤로 돌린다는 게 과연 프로선수로서 할 수 있던 판단력인지 의문이 든다.

  경기 끝나고 나서 화를 겨우 삭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모 사이트 검색에 대한민국 백패스, 라고 검색을 했는데 약 13년 전에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글을 올린 걸 봤다. 그때도 백패스를 하다가 실점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변한 건 없다. 변한 걸 찾자면 그때와 지금의 선수진만 다를 뿐.

  아쉽고 또 아쉽다. 국대 선수들이 벤투 감독 체제에서 많이 성장하고 바뀌는 과정을 보며 흐뭇했다. 결과적으로는 8강 탈락이지만 그동안 선수와 코치진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나는 그들에게 비난을 할 수 없다. 피와 땀을 흘려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TV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나도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 축구는 더 성장할 수 없다고 본다. 한 번에 바뀌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란 사람도 한 번에 바뀌질 않는데 어떻게 단체가 한 번에 바뀌어질까? 그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축구라는 종목이 사라지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마 인류의 종말이 와야 없어지지 않을까? 시간은 있다. 그러니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 국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