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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세 시의 어느 날, 봄, 5월 초. 나는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지 않지만, 왠지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고만 싶은 어느 날, 봄, 5월 초.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피아노로 연주한 River flows in you 라는 곡을 듣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날아가는가와 같은 추상적인 생각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태평양을 건너와 황해를 건너고 아시아를 건너 유럽으로 뻗어가겠지. 나는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에 있지만, 나를 스쳐간 바람은 막힘없이 세계로 뻗어가겠지. 그런 자유로움이 좋다. 자유로움이 좋다,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유무의 문제다. 가끔은 자유가 없을 때를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서 자유를 빼앗아갔을 때를 생각한다..
오랜만에 군복을 입었다. 현역이었던 과거와 예비군인 지금, 군복을 입을 때면 언제나 비슷한 감정이 떠오른다. 여름엔 지나치게 덥고 겨울엔 어마어마하게 춥다. 또 자유를 갈망하게 되고, 나와 다른 성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아마 현역시절 평복 대신 군복만 입었기에 그때가 떠올라서일까. 언젠가 모 SNS 사이트에 현금 1억 주면 군대 갈 것인가에 대한 찬반 투표가 나왔던 적이 있다. 기억하기로 그때 대다수의 군필은 1억 줘도 안 간다, 5억이면 생각해보겠다 등 반대표를 던졌다. 1억이면 연봉 2~3천 기준으로 약 5년에서 10년을 안 쓰고 악착같이 모아야 가질 수 있는 돈인데 그걸 마다한다니…… 군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정부가 군인과 군필자들에 대한 처우가 어떤지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 자료가 아닐까. 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