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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오랜만에 산책과 운동을 동시에 했다. 점심에 돈까스를 먹으러 가면서 이 돈까스를 먹으면 운동 2시간 예약하는 거라고 다짐했다. 집 근처에 내려와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처음엔 천천히 걷다가 점점 속도를 냈다. 강을 따라 걸었는데 며칠 전에는 없던 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여기에 꽃이 있었나. 내가 봤던 건 수풀뿐이었는데 가을이 왔다고 서둘러 꽃들이 단장을 했나보다. 꽃 주위로 나비와 벌들이 날아다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근래엔 비 때문에 대체적으로 짙은 구름뿐이었는데 변검하듯 맑은 하늘이 된 게 신기했다. 운동복도, 운동화도 안 신고 걸으니 피로해서 호수 중앙의 벤치에 앉았다. 운동기구를 활용하며 근력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무지개가 보였다. 무지개가 떠오를 쯤 나는 '너'를 생각했다. 너와 S호..
아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밤 공기를 들이마셨다. 바람도 내게 달려오고, 나도 바람에게 달려가며 우리는 서로에게 시원한 존재가 되었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내가 바람에게 했듯, 너도 내게 달려와줄 수 있느냐고, 나무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달에게 물었다. 굳이 시원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조금 더워도 괜찮아. 너만 내 곁에 온다면 아무렴 어때. 달은 곧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오랜만에 군복을 입었다. 현역이었던 과거와 예비군인 지금, 군복을 입을 때면 언제나 비슷한 감정이 떠오른다. 여름엔 지나치게 덥고 겨울엔 어마어마하게 춥다. 또 자유를 갈망하게 되고, 나와 다른 성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아마 현역시절 평복 대신 군복만 입었기에 그때가 떠올라서일까. 언젠가 모 SNS 사이트에 현금 1억 주면 군대 갈 것인가에 대한 찬반 투표가 나왔던 적이 있다. 기억하기로 그때 대다수의 군필은 1억 줘도 안 간다, 5억이면 생각해보겠다 등 반대표를 던졌다. 1억이면 연봉 2~3천 기준으로 약 5년에서 10년을 안 쓰고 악착같이 모아야 가질 수 있는 돈인데 그걸 마다한다니…… 군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정부가 군인과 군필자들에 대한 처우가 어떤지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 자료가 아닐까. 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