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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호수에 뜬 무지개

ClarkKim 2019. 9. 16. 23:56

  오랜만에 산책과 운동을 동시에 했다. 점심에 돈까스를 먹으러 가면서 이 돈까스를 먹으면 운동 2시간 예약하는 거라고 다짐했다. 집 근처에 내려와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처음엔 천천히 걷다가 점점 속도를 냈다.

  강을 따라 걸었는데 며칠 전에는 없던 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여기에 꽃이 있었나. 내가 봤던 건 수풀뿐이었는데 가을이 왔다고 서둘러 꽃들이 단장을 했나보다. 꽃 주위로 나비와 벌들이 날아다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근래엔 비 때문에 대체적으로 짙은 구름뿐이었는데 변검하듯 맑은 하늘이 된 게 신기했다.

  운동복도, 운동화도 안 신고 걸으니 피로해서 호수 중앙의 벤치에 앉았다. 운동기구를 활용하며 근력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무지개가 보였다.

  무지개가 떠오를 쯤 나는 '너'를 생각했다. 너와 S호수를 함께 걷고 싶다고. 많은 것을 바라는 거 아니라고, 그저 손 잡고 서로에게 파고들고 싶을 뿐이라고, 두 눈을 바라보며 얘기하고 싶다고, 네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사랑을 나누며 지낼 수 있기를 나는 짧은 순간 열심히 기도했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무지개가 떴을 때 생각하기보다 이미 생각했던 것을 곧바로 떠올리고 말을 할 때 꿈은 이루어지게 돼 있다.

 

  나는 지금도 사랑을 하고 있다. 열렬하게 사랑하기를 원할 때 바람이 이루어짐을 역시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