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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1001101 프로젝트는 대학시절 내가 나 혼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100편의 시를 읽고 1편의 시를, 10편의 소설을 읽고 1편의 소설을 창작하기. 나만의 작품을 여러 편 만들고 공모전에 투고하기 위해 자긍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지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다시 글을 쓰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001101 프로젝트. 100편의 시를 읽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시 한 권도 100편의 시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나는 ..
땅끝마을 송종찬 땅끝마을에 이르면 정말 끝이 보일까. 비좁은 세상 속에서 수없이 끝을 외쳤네. 외딴 집들이 이따금 빨간 신호등을 켜는 밤 검은 필름을 돌리듯 차를 몰았네. 보성 강진 소읍의 이름들이 점―점 나타났다 사라지고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에서도 빠르게 지나쳐온 삶의 골목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파도가 자막처럼 흔들리고 있었네. 팽나무 우거진 사자봉에서 바라본 바다, 산은 섬으로 밤은 낮으로 이어지며 땅 끝은 時空(시공)의 끝이 아니라 내가 달려온 速度(속도)의 끝이라고 파도는 나지막이 속삭여주었네. 나는 무엇을 위해 밤새 달려왔던가. 나는 너무 쉽게 시작을 생각하고 지나쳐온 산과 들이 그리워졌네. 1연에서는 화자가 어떤 심정으로 땅끝마을에 가려고 한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