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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땅끝마을 송종찬 땅끝마을에 이르면 정말 끝이 보일까. 비좁은 세상 속에서 수없이 끝을 외쳤네. 외딴 집들이 이따금 빨간 신호등을 켜는 밤 검은 필름을 돌리듯 차를 몰았네. 보성 강진 소읍의 이름들이 점―점 나타났다 사라지고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에서도 빠르게 지나쳐온 삶의 골목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파도가 자막처럼 흔들리고 있었네. 팽나무 우거진 사자봉에서 바라본 바다, 산은 섬으로 밤은 낮으로 이어지며 땅 끝은 時空(시공)의 끝이 아니라 내가 달려온 速度(속도)의 끝이라고 파도는 나지막이 속삭여주었네. 나는 무엇을 위해 밤새 달려왔던가. 나는 너무 쉽게 시작을 생각하고 지나쳐온 산과 들이 그리워졌네. 1연에서는 화자가 어떤 심정으로 땅끝마을에 가려고 한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
그리운 막차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 시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연애를 한다. 설령 연애를 못해봤다 하더라도 짝사랑을 하며 남 몰래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속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한 마디로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이 시의 화자도 여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