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술 (2)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간만에 바Bar에 갔다. 나는 바를 즐겨찾는 것도 그렇다고 소홀한 것도 아니고 딱 중간 정도로 찾곤 한다. 그날따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그 바가 가고 싶어졌다. 앞선 자리에서 적당하게 마신 후 간 거라 몽롱한 정신을 겨우 유지하며 올라섰다. 자리는 긴 탁자를 사이에 둔, 바 메이드와 시선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앉아서 뭘 마실지 고민하다가 결국 고른 건 미도리샤워였다. 나는 미도리샤워를 종종 마신다.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 중 『상실의 시대』의 인물 '미도리'가 생각나 골랐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자꾸 찾게 됐다. 그래서 바에 가면 십중팔구 첫 잔은 미도리샤워이다. 바 메이드가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나는 이름 모를 몇 병의 양주를 보고 있었다. 마침 바 메이드가 만들어온 칵테일을 내게 건넸..
하루 정해진 양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드와이저 한 병을 샀다. 특별히 좋아하는 술이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예전엔 자몽이 들어간 소주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냥 술이라면 다 비슷비슷할 테니. 아마 내가 애주가가 아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술이 좀 당기는 날이었다. 글쎄, 이 역시 이유는 없다. 뭔가 지독하게 슬픈 것도 아니었고, 모종의 압력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역시 그냥 마시고 싶은 날 정도. 집에 와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간단하게 씻었다. 맥주를 먹기 위한 준비는 마쳤다. 평소엔 잘만 보이던 병따개가 먹을라치면 꼭 없다. 하는 수 없이 숟가락으로 병마개를 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를 보며 먹을 요량이었으나 한때 친하게 지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