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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하염없이 내리는 눈꽃을 맞으며 나는 11번가를 걸었다. 이 세상에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 생각하며. 나를 스치며 지나가던 사람이 실수로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가도, 미안해요, 괜찮아요, 같은 말을 주고받지 않은 채 그저 나는 걸었다. 주황색 가로등이 나를 비췄다. 영화에서 나오는 연출, 그러니까 내가 가로등을 지나칠 때마다 하나씩 꺼지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으나, 그저 내 앞길을 벌겋게 물들이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살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와 같은 근원적 질문은 뒤로 한 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갔다. 누군가 내게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고개를 한 번 가로저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답이기 때문이다. 왠지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는 중이라고 답하면 정말로 우린 이별을 했다고 믿게 될 테니까. ..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하면 자꾸 그 생각이 커져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그럴수록 쓸쓸해져요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도 없잖아요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럴수록 더 슬퍼져요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우린 어렸고 무엇도 잘 몰랐죠 서로 미래를 점칠 수 없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이적&정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