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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봄. 본문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봄.

ClarkKim 2020. 5. 4. 16:03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세 시의 어느 날, 봄, 5월 초.

나는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지 않지만, 왠지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고만 싶은 어느 날, 봄, 5월 초.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피아노로 연주한 River flows in you 라는 곡을 듣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날아가는가와 같은 추상적인 생각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태평양을 건너와 황해를 건너고 아시아를 건너 유럽으로 뻗어가겠지.

나는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에 있지만,

나를 스쳐간 바람은 막힘없이 세계로 뻗어가겠지.

그런 자유로움이 좋다. 자유로움이 좋다,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유무의 문제다.

가끔은 자유가 없을 때를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서 자유를 빼앗아갔을 때를 생각한다.

일제강점기를 떠올릴 수도 있고, 전쟁을 떠올릴 수도, 6, 70년대를 떠올릴 수도 있다.

가깝지만 어떻게 보면 먼 시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내가 군 복무를 할 때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

군 복무, 돌이켜보면 추억이지만 그 당시 나는 새를 동경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화목난로 앞에 앉아 담배를 태우면서 나는 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새가 되기를 소망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에 왔지만 한 가지 없었던 것은 자유였다.

자유란 무엇인가. 아직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유가 없으면 고통스럽다.

요즘의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정의 내리는 것이 힘들다.

어떤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어떤 사건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니까.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밥을 먹으며 어디로 갔다가 어디로 오는 것과 같은 1차적 기본 생활패턴 역시

자유가 없으면 절대 할 수가 없는 행동이다. 나는 지금 그럴 수 있으며 그럴 수 있기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오후 세 시의 어느 날, 봄, 5월 초의 지금이 너무 좋다.

의자에 몸을 깊숙하게 기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정말 좋다.

시대가 바뀌어도 자유는 언제나 인간의 곁에 존재하기를.

 

 

'자유란 인간의 숨 쉴 권리와 같아서 자유가 없으면 인간은 생시체와 같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윌 헌팅의 대사.

 

2020. 05. 04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