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ClarkKim - 감상문]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본문

감상비평글

[ClarkKim - 감상문]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ClarkKim 2022. 4. 9. 22:53

  코시국에 영화라도 자주 보겠다며 올해 2월쯤 넷플릭스 결제를 했다. 근데 결제 전보다 더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달 1일 캠핑에 가서야 영화를 찾아봤다. 그러다 알게 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는 영화. 

  늦은 밤의 하늘엔 별들이 속속 박혀 있었고, 그것을 보니 절로 감성적인 기분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원래 감성적인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별들을 보니 더욱 그러했다. 평소 로맨스나 로맨스코미디 영화를 즐겨보는데 그날도 그러려고 영화를 찾은 거였다.

 

 

  사실 처음에는 확 와닿진 않았다. 전개가 루즈했다. 그리고 스토리가 진부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데이트를 하는 것들. 조금 의아했던 건 여자주인공 후쿠쥬 에미가 어떠한 상황이나 분위기가 연출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남자주인공인 미나미야마 타카토시와 같은 반응이었다. 왜 울지, 하면서. 스토리 중반쯤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에미가 왜 우는지를.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타카토시가 대학 강의를 들으러 전철을 탄다. 같은 전철 안의 예쁜 여자를 발견하고 첫눈에 반한다. 전철에서 내리는 여자를 따라가 용기 내어 번호를 묻는다. 아쉽게 번호를 얻진 못한다. 그러나 다음에 볼 수 있을 거라며 자리를 뜬다. 동물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타카토시는 우연히 에미랑 만나게 되며 번호를 얻는다. 그날 밤 타카토시는 친구 우에야마 쇼이치의 도움으로 에미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다음 날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 친밀해진 타카토시와 에미는 썸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언젠가 집에서 데이트를 한 후, 에미의 통금시간에 맞춰 그녀를 전철에 바래다준 다음 집에 온 타카토시는 그녀의 수첩을 발견한다. 수첩 내용은 일기였는데, 보통의 일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쯤 에미에게서 전화가 오고, 수첩 내용을 봤느냐며 묻는 에미에게 그렇다며 대답을 한다. 다음 날 에미는 타카토시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자기는 이 세상과 정반대에 있는 세계에서 왔고, 그 세계는 미래에서 과거로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그리고 5년의 한번, 30일 동안만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은 타카토시는 혼란스러워한다. 데이트를 하면 할수록 에미의 행동이 연기처럼 느껴져 고통스러움을 호소한다. 자주 가던 코인세탁소에 간 타카토시는 에미에 대한 생각에 고민을 하는데 마침 친구 쇼이치가 등장한다. 전에 봤던 타카토시의 여자친구 에미에의 고민인 것을 알아채고, 타카토시에게 고민이 되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라는 조언을 한다. 조언을 들은 타카토시는 에미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이 실은 엄청난 노력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에미를 온힘을 다해 사랑한다. 언젠가 수많은 별들 아래에서 에미는 미래에 우리가 헤어질 때, "우리는 엇갈리는 게 아니라, 끝과 끝이 이어져 있어서 다시 만나게 돼"라는 말을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타카토시는 처음 전철 안에서 만난 때처럼, 마지막 날에 승강장에서 에미에게, 일전에 들은 말을 해주며 그녀를 떠나보낸다.

 

  여자주인공 후쿠쥬 에미가 우는 이유는 남자주인공 미나미야마 타카토시에게는 처음이지만, 에미에게 있어서는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래에서 현재,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에미에게는 이미 겪은 일이다. 그리고 과거로 가면 갈수록 현재 사랑하는 타카토시와의 관계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한 미래로 갈수록 타카토시도 처음의 에미처럼 눈물을 흘린다. 왜냐하면 타카토시는 에미와의 추억을 기억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전날 타카토시와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미가 우는 이유를 알았을 때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만약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면서.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뿐인 인생을 산다. 그리고 누군가와 나눈 추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았는데 상대는 그걸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때 허무함과 절망을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에미의 입장도, 타카토시의 입장도 공감이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타카토시가 현재를 살아가는 '나'라면 에미는 무슨 의미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에미는 단순히 타카토시의 애인을 넘어서 다가올 미래이자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카토시와 에미가 대사를 통해 "우리는 엇갈리는 게 아니라 끝과 끝이 이어져 있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생명이다."라고 말하듯 미래를 에미라는 인물로 표현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에미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과거로 간다기보다 현재에 머무는 연출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타카토시가 미래를 적극적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는 주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연출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주제 : 영원한 것은 없기에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라

 

  별점을 준다면 10점 만점의 9점입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주신 감독과 관계자, 배우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