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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Kim - 감상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199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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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Kim - 감상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1996)>

ClarkKim 2022. 6. 1. 19:47

짧은 평을 남겨보려고 한다.

 

우연히 기차에서 알게 된 두 사람, 제시와 셀린. 제시는 내리기 직전 셀린에게 함께 나가자는 제안을 하고, 셀린은 승낙한다. 그렇게 다음 날 헤어지기 전까지 데이트를 하는 영화. 스토리는 사실 이게 끝이다. 정적인 영화. 정적인 영화라고 표현을 한 것은 단지 어디론가로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라기보다, 주로 두 인물의 대화로 진행되고, 대화 역시 남녀 사이에 맞닥뜨릴 수 있을 법한 이야기부터 심오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나누며 교감한다. 또한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남자주인공 제시는 자신의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끝내 이혼했다는 것을 셀린과의 대화를 통해 말을 한다. 반면 여자주인공 셀린은 자신이 부모님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또한 애정이 넘쳤다고 표현한다. 제시는 셀린과 데이트를 하며 만난 사람들―손금 봐주는 역술인이라든가 개울가에서 만난 시를 쓰는 젊은 남자, 밸리댄스를 추는 여자 등―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반해 셀린은 그들의 행위에 놀라움과 감탄, 감사 등을 표한다. 셀린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제시에 따지기도 한다. 그러나 큰 갈등은 아니다. '우리 처음 말다툼을 한 거네?'하고 묻는 제시에게 셀린은 '갈등은 부정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해'라며 대답한다. 다음 날 오전에 헤어지기 전까지 둘은 사랑을 표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기차 앞에서 격렬한 키스를 주고받으며 다음을 기약한다.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는 일전에 영어공부하는 사이트에서 한 장면을 예로 든 대목에서 본 적이 있다. 아마 그때 초반만 보고 껐던 기억이 있었는데, 마음속에서 내내 한번은 꼭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오늘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을 가감없이 이야기하자면, 줄리 델피 참 예쁘더라. 1996년에 개봉된 영화니까 줄리의 나이가 27살일 때인데 아무튼 참 예쁘다. 영화를 보며, 내가 에단 호크가 되어 줄리의 머리를 뒤로 넘기며 키스를 하는 상상을 잠깐 할 정도로. 두번째는 LP를 감상하거나 판매하는 가게에서, 제시와 셀린이 방에 들어가 노래를 감상하는 장면인데 나는 관람차에서 키스하던 장면보다 오히려 이 장면이 더욱 로맨틱하다고 느꼈다. 노래를 들으면서 제시가 셀린을 쳐다볼 때 셀린은 눈을 피하고, 셀린이 제시를 쳐다볼 때 제시가 눈을 피하는,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썸(Something)을 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설렜다. 과거의 어느 때가 생각났던 것도 있다. 그래서 흐뭇하게 봤다. 세번째는 유람선에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우리 오늘이 마지막이네'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서로가 서로를 원해서 헤어지기 싫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셀린과 헤어지는 게 못 미덥지만 애써 그러자고 말하는 제시. 이 장면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일 지라도 결국 현실에 마주하게 되면 어떤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하기에. 계속할 지 아니면 헤어질 지에 대해서.

 

영화 한줄평 : 정적이고, 인물간의 깊이 있는 대화와 그 안에 담긴 의미들로 채워진 영화. 로맨틱하다. 다시 볼 의향 있다. 5점만점의 4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