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ClarkKim - 감상문] 로브 라이너 감독의 <어 퓨 굿 맨(1992)> 감상문 본문

감상비평글

[ClarkKim - 감상문] 로브 라이너 감독의 <어 퓨 굿 맨(1992)> 감상문

ClarkKim 2019. 12. 9. 23:58

  영화 <어 퓨 굿 맨>. 제목의 뜻은 소수정예이며, 미 해병대의 슬로건이었다. 나는 어 퓨 굿 맨이라는 영화를 전 직장동료였던 주 모 형님(이하 ' 주 형')에게 추천 받았다. 추천 받은지는 좀 되었으나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할 때쯤 집에 돌아와서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했던 게 시작이었다. 영화 월정액권을 신청해둬서 한 편당 1천 원 정도에 볼 수 있었다. 평소 로맨스코미디나 멜로 장르를 즐겨보는 나는 주저없이 로맨스·멜로 장르에서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옆에 추천영화 작품이 떴다. 그 중에 어 퓨 굿 맨이 있었다. 그래, 오늘은 어 퓨 굿 맨이다, 하고 1천 원을 결제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본다면, 쿠바 관타나모의 기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산티아고 일병이 분대장 도슨 상병과 분대원 다우닝 일병에게 살해 당한 사건이다. 협상 또는 합의의 대가인 다니엘 캐피 중위(톰 크루즈)가 살인사건의 변호를, 샘 웨인버그 중위(케빈 폴락)이 보조를 맡는다. 또한 사건의 변호를 조안 갤로웨이 소령(데미 무어)이 지원 신청을 넣으면서 세 명이 피고인 도슨과 다우닝의 변호를 하게 된다.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관타나모 기지를 맡고 있는 나단 R. 제셉 대령(잭 니콜슨)을 찾아가 산티아고의 전출명령서를 요청한다. 두 명의 피고인은 소대장 켄드릭 중위의 명령으로 살인을 하게 되었다고 하고, 켄드릭 중위는 비공식적인 명령을 받았다고 말하고, 제셉 대령은 부인하니 사건의 진실은 미궁 속으로 들어갈 뻔하지만, 캐피 중위는 제셉 대령을 논리로 압박하며 코드 레드를 지시했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고 마침내 제셉 대령은 진실을 말한다. 자신이 명령을 내렸노라고. 결국 제셉 대령은 체포된다. 안타깝게도 피고인 도슨 상병과 다우닝 일병은 살인과 살인 모의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지만, 직무 유기죄가 성립되면서 불명예제대를 하게 된다.

  나는 어 퓨 굿 맨을 보면서 몇 가지의 의문이 들었고, 느낀 게 있었고, 기존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첫 번째, 미국의 군대는 한국의 군대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단 이 영화에서만 나온 부분이 아니다. 미국의 많은 전쟁영화, 군대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 대부분이 그렇다. 어느 나라의 군대라도 상명하복을 하지 않는 곳은 없다. 미국도, 한국도 똑같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있다. 미국은 논리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논리가 거의 없다. 나 역시 대한민국 육군에서 1년 9개월 복무를 했다. 그 과정에서 얼차려나 기합을 받았지만 몇은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까라면 깐다' 이 말은 상명하복을 잘못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군대는 부하가 잘못하면 닥치고 얼차려나 기합이 아니라 논리정연하게 무엇이 잘못되었고 문제임을 정확히 짚어준다. 하지만 나는 군 복무하면서 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말해준 선임이나 간부를 세 명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백 명이 훌쩍 넘는 선임과 간부 중에 세 명도 넘지 않는 인원이라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두 번째는 변호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하고 열정적으로 재판에 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루하기만 할 거라는 생각을 바꿨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던 캐피 중위가 재판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세 번째는 캐릭터가 분명했다.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것은 갈등이 확실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갈등이 확실하게 보이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감상문이니 간단하게 느낌을 적고 있지만, 다니엘 캐피 중위와 조안 갤로웨이 소령의 갈등, 다니엘 캐피 중위와 잭 로스 대위의 갈등, 조안 갤로웨이 소령과 샘 웨인버그 중위의 갈등, 제셉 대령과 마킨슨 중령의 갈등, 그리고 절정의 순간인 다니엘 캐피 중위와 제셉 대령의 갈등. 이 모든 갈등이 마지막 판결이 있을 즈음 해소된다. 정말이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게 바로 어 퓨 굿 맨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엄지를 내보이고 싶다. 네 번째는 안타까웠던 부분인 도슨 상병과 다우닝 일병의 직무유기 유죄판결으로 불명예제대 산티아고 일병의 죽음, 그리고 코드 레드이다. 코드 레드는 얼차려, 기합을 주는 행위를 뜻하는데 잘못을 저지르거나 훈련 낙오 등으로 사병과 사병, 사병과 장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벌어지는 가혹, 구타 행위이다. 산티아고 일병은 단지 다른 해병들보다 약했을 뿐인데 코드 레드 지시로 구타를 당했고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문득 과거 해병대와 의경의 기수열외가 생각났다. 역시 위에서 명령해서 따라야만 했던 도슨 상병, 분대장이 시켰기 때문에 따라야 했던 다우닝 일병. 그러니까 명령에 따르던 안 따르던, 명령 자체가 비합리적, 비윤리적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우리는 시키는 것만 했는데 왜 벌을 받냐'는 다우닝의 외침에 도슨 상병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어. 약자를 보호해줬어야 했어.' 그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 도슨 상병, 그리고 그를 불러세워 '해병대에 있는 것만이 명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캐피 중위, 마지막으로 캐피 중위에게 깍듯하게 경례를 하고 나가는 도슨 상병의 모습…….

  간단하게 감상문을 쓰고 싶었는데 감상문도 아니고 분석문도 아닌 글이 되었다. 나중에 분석문을 쓰게 된다면 일정 부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주 형이 추천해주는 영화는 거의 다 명작인 것 같다. 탑건, 여인의 향기, 디어 헌터, 어 퓨 굿 맨 등. 좋은 영화에 존경을 표하고, 주 형께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