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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Kim-감상문] 남대중 감독의 영화 <기방도령> 감상문

ClarkKim 2019. 7. 12. 22:34

  익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최신영화 한 편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영화 감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토이스토리4, 기생충, 알라딘, 기방도령.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과거에 본 적이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닥 당기지 않았다. 기생충은 처음엔 재미있지만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평에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알라딘과 기방도령 사이에서 엄청 고민했던 것 같다. 둘 다 제작의도를 보지 않고 장르와 제목만 보고 결정을 한 건 기방도령이었다. 코미디. 배꼽 잡고 웃고 싶었다. 요즘 순수한 웃음에 목말라있었기에 나는 한참의 고민 끝에 결정했다. 기방도령을 보기로.

  시커먼 배경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한복을 입은 소녀가 웬 영감님을 부르는 것으로 첫 장면이 시작된다. 소녀가 영감을 찾는다. 영감은 허색의 노인인 모습이다. 소녀는 허색을 찾아가 허색의 이야기를 듣는다. 허색은 젊은 시절 기방에서 산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첩이었고 기생이었기에 기방이 허색의 놀이터이자 집인 셈이다. 기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준다면서 홀리거나 방탕한 행동을 하자 어머니의 친구이자 기방의 주인인 난설이 허색을 내쫓는다. 허색은 거리를 방황하던 중 고려의 왕 왕건의 후예라는 육갑을 만나 손님의 입장으로 다시 기방에 들어선다. 그때 기방에서는 진상손님이 와서 기생들을 갖가지 이유로 내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말을 들은 허색은 자신이 그 방에 들어가겠다고 자처한다. 알고 보니 진상손님은 남장여자이다. 그것을 기회로 여긴 허색은 남자 기생이 되겠노라고 난설에게 말한다. 마을에는 열녀를 기리는 열녀각이 있었는데 허색은 열녀각에 사는 열녀들을 주 손님으로 삼는다. 허색은 마을을 걷던 중 해원이라는 여자에게 반한다. 그래서 날이면 날마다 해원을 찾아가 호감을 표현한다. 그런 해원에겐 오빠와 오빠의 친구가 있었는데, 오빠의 친구인 유상이 해원을 남몰래 짝사랑을 한다. 유상은 해원에게 청혼하지만 거절 당하고, 거절 당한 이유가 허색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자 허색의 뒤를 조사한다. 그러던 중 허색의 동생이 장원 급제한 선비의 첩으로 갔다가 매몰차게 버림을 당하고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허색은 슬픔과 분노를 터뜨리며 열녀각을 불태운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타는 열녀각에 들어가려는 순간 유상의 종들에게 얻어맞고 쓰러진다. 쓰러진 허색 앞에 유상과 유상에 손에 이끌려온 해원이 서 있다. 유상은 허색을 죽이려 하지만 해원의 간곡한 부탁에 허색을 의금부로 압송한다. 해원이 몰래 옥 안에 갇힌 허색을 찾아가고, 허색에게 묻는다.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느냐고. 허색은 자신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사랑했다는 것을 부정한다. 이후 늦은 밤 누군가의 도움으로 허색은 난설과 다른 기생 한 명, 육갑과 탈출에 성공하지만 끝내 배에는 오르지 않는다. 장면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맨 처음 나온 소녀는 노년의 모습이 된 해원의 몸종으로 허색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집 아랫길에 서있던 해원에게 알린다. 해원은 사랑한다고 진작 말하지 그럤냐며 독백한다. 그쯤 밖으로 나온 허색과 아주 먼 거리에서 시선을 교환하며 운다.

  처음에는 집중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코미디라는 장르보다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같이 미스터리 장르를 섞어서 적절하게 조화를 시키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억지 웃음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코믹한 연출이 전혀 코믹하지 않아 정적을 야기하는 장면도 있었다. 게다가 초반 부분은 아주 루스했다. 개연성이 없는 편은 아니나 초장부터 확실히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없는 느낌. 장점은 곧 나타났다. 최귀화씨가 연기한 육갑이라는 캐릭터가 내뱉는 말들이 점점 텐션을 끌어올렸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스토리가 점점 형체를 보였다. 열녀라는 가슴 아픈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간 것 역시 억지 감동이라기보다 충분히 있을 만한 결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에서 본 거라 크게 웃진 못했지만, 결말 직전에 기방집에 출입한 처나 딸들 때문에 모인 양반들의 긴급 회의가 아주 재미있었다.

  만약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볼 것인가, 라는 물음에 나는 아마도, 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 아마도냐면 초반의 루스함 때문이다. 처음 봤고 처음 본 내용을 되살려 감상문을 쓰는 것이기에 다시 보면 다시 볼 때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정말이지 마지막은 너무 절절해서 오히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연인이 있다면 함께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고 순간마다 표현하겠다고, 고백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