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시] 산보 본문
걷는다는 것은
단지 두 발로 땅을 딛고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옆으로 갈 수도 있고
때론 뒤로 갈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대각선으로 가기도 한다
걷는다는 것은
어찌 됐든 어디론가 가는 것이다
앞이든 뒤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두 다리를 뻗어 행하는 것이다
걷는 것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다
삶을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걷지 않은 적 없었다
빗방울이 내 몸을 적셔도 걸었고
눈보라가 내 눈을 가려도 걸었다
목적지를 정해 간 적도 있었고
아니, 목적지가 없어도 걸어갔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언젠가
대지의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소원을 말할 기회가 온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삶이 끝날 때까지도
끊임없이 걷고 싶다고,
곧 올 현재를 향해 걷다가도
때로는 이미 지나버린 현재를 향해서도 걷고 싶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걷고 또 걷겠노라고
ClarkKim, <산보> 전문, 자작시
2024 .03 .3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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