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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작_ 아무거나 쓰기/시

[시] 산보

ClarkKim 2024. 3. 31. 14:40

걷는다는 것은

단지 두 발로 땅을 딛고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옆으로 갈 수도 있고

때론 뒤로 갈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대각선으로 가기도 한다

 

걷는다는 것은

어찌 됐든 어디론가 가는 것이다

앞이든 뒤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두 다리를 뻗어 행하는 것이다

걷는 것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다

 

삶을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걷지 않은 적 없었다

빗방울이 내 몸을 적셔도 걸었고

눈보라가 내 눈을 가려도 걸었다

목적지를 정해 간 적도 있었고

아니, 목적지가 없어도 걸어갔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언젠가

대지의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소원을 말할 기회가 온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삶이 끝날 때까지도

끊임없이 걷고 싶다고,

곧 올 현재를 향해 걷다가도

때로는 이미 지나버린 현재를 향해서도 걷고 싶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걷고 또 걷겠노라고

 

ClarkKim, <산보> 전문, 자작시
 2024 .03 .3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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