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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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돌아오다

ClarkKim 2018. 10. 6. 02:15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싫든 좋든 계속 해야만 하는 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겐 그런 건 독과 같은 것. 티스토리뿐만 아니라, 한동안 글 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 때문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 남들에겐 발전의 시간이 내겐 의미없는 숫자들의 연속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글은 내 인생이었다. 글을 쓰지 않는 이 순간, 나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있던 일이라 작별하는 게 낯설었다. 마음은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데, 몸은 자꾸 밀어낸다.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왔다. 여지껏 단 한 번도 나는 글을 빼놓고 내 인생을 논한 적이 없다. 길을 걷을 때, 커피를 마실 때, 밥을 먹을 때, 잠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심지어 잠을 자기 전까지 나는 내 머리맡에 공책과 펜을 놓아두고 잘 정도로 그렇게 글을 사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글을 사랑하기라도 했냐는 듯 시침을 뚝 떼고 있다. 지금 내 자신이 그렇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글을 쓴지 오래되서 그럴까. 말 나온 김에 그 얘기도 하려 한다. 누군가 내게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나는 글을 쓴다고 대답한다. 그게 내 답이고 자랑스러웠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속으로 '글 안 쓴지 오래됐으면서 무슨 놈의 글?' 하고 자책했다. 불완전한 내가 글을 쓰면 쓸수록 불완전한 무언가가 탄생할 거란 걸 알았다. 조금이라도 더 완전해진다음에 글을 쓰고자 했다. 많이 알고 있으면 글을 쓰는 것도 쉬워질 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완벽하게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던 거였다. 물론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작품에 대한, 독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지식이 없다고 아예 글을 쓰지 않는 것은 글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겠다는 뜻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돌아왔다.

 

  다시 글을 쓸 생각이다. 일기마저도 안 쓴지 오래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소설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자마자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질지도 모른다. 구십구퍼센트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극복하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글을 써보려 한다. 비록 작심삼일일지라도 적어도 삼일은 최선을 다 해보자. 내가 나 자신을 평가해 가능성이 보인다면, 완전하게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20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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