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건물을 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날 본문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건물을 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날

ClarkKim 2018. 11. 7. 22:17

  나는 건물을 볼 때 아름다움과 예술성 등을 먼저 본다. 생각을 할 수 있고 또 볼 수 있는 인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은 그 이후에 내가 가지는 감정에의 사고인데, 건물을 보면 이 건물을 지었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건물에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바르고 전기 선을 연결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지붕을 만들고 방과 복도 이곳저곳을 누비며 쓸고 닦았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공사현장에 나가 여러 번 일해본 적도 있다. 일할 때 창문 근처에 있으면 담배를 태우며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헐벗은 야산을 마주할 때도 많았다. 아마 그렇게 밖을 쳐다보던 행동은 행여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건물을 짓고 있는, 어쩌면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오빠, 동생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노동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던 것 같다. 내가 이 건물을 지었어, 하며 떵떵거리며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앉을 수 있고 설 수 있고 누워서 편히 잠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사람들의 노고를 기억하자는 의미이다. 우리는 역사적 전쟁에서 장군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정작 전장을 누비며 싸웠던 사람들은 장군이 아니라 병사였다.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기보다 최소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8.11.07

ClarkKim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의 마지막 날  (0) 2018.12.31
독립출판에의 의지  (0) 2018.11.22
1001101 프로젝트의 재시작  (0) 2018.11.07
돌아오다  (0) 2018.10.06
무라카미하루키의 상실의시대는……  (2) 201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