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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독립출판에의 의지

ClarkKim 2018. 11. 22. 23:59

  반쯤 취한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몇 주 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딱히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술을 함께 마실 모임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술이 당기더라. 그래서 먹었다. 나는 원래 잔에 따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병째 마신다. 그게 좋다. 혼자 잔에 따라놓고 마시면 뭔가 처량해보인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잔에 따라 마시는 문화가 딱히 좋진 않다. 여하튼, 나는 지금 술을 마시고 이 글을 쓰고 있고, 글을 쓰면서도 술을 마시고 있다.

  언젠가 친한 형이 자신의 지인이 독립출판을 했다는 소식을 들려왔다. 한창 작품을 쓰고 있을 때 나도 독립출판을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내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독립출판을 하기를 망설였다. 낮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정말이지 문득 나가고 싶었다. 어디로 갈까, 또 난 어디로 나가야 할까, 짧은 고민 끝에 선택한 건 형의 지인이 출판한 책을 구입하러 가자는 생각이었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 서점은 높은 빌딩 근처에 조그만 골목 사이에 있었다. 동네는 한적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풍경 같아서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느꼈다. 내가 꿈꾸던 공간이다, 라고. 정면에 카운터가 보였고 가운데에 긴 탁자가 놓여 있고, 양 옆으로 왼쪽엔 독립출판물, 오른쪽엔 기존 출판사의 책들이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면 하는 로망. 좋았다. 오늘 내가 구입한 책은 오종길, 어진의 <나는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다>라는 책이다. 독립출판을 했다고 하자 이 책이 참을 수 없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자신의 작품을 내놓아 독자들과 교감하려 한 작가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의 주인과 얘기를 나누면서 독립서적을 둘러봤다. 내게 조금의 돈이 더 있었더라면, 아마 다 샀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왜 그렇게 술이 당기던지……. 아마 내가 술이 먹고 싶었던 건, 어쩌면 나도 충분히 출판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과 왠지 모를 슬픔 때문이었던 듯하다. 또 그만큼의 용기를 스스로 가지고 있는가의 질문에도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울분인지도 모른다.

  분명 나는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앞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을 바라보는 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같은 느낌이다. 점점 술이 당긴다. 예상컨대 오늘은 술에 절어 잠을 청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