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만약 J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본문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내다

만약 J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ClarkKim 2019. 2. 12. 22:14

  나는 J를 잘 모른다.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이 많진 않은 그런 정도. 그러다 언젠가 음악을 듣던 중 그의 노래를 듣게 됐다.

 

  하루의 끝

 

  첫 소절을 듣자마자 뺨이 달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후렴구에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하는 대목에선 눈물이 흘렀다. 나는 슬픔이어오르다가 잠잠해지는 그 감정을 아직도 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J는 그렇게 갔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생의 마감, 끝. 그가 어떤 마음으로 생을 등졌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왜냐하면 나도 그 병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누구한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할, 털어놓는다 해도 누가 이것을 알아줄 것이며, 어떻게 해도 위로 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죽음이란 참 묘한 기분을 갖게 만든다. 삶과 죽음이라고 말하고 글을 쓰면 별 거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나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어느 순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언젠가 하루의 끝을 듣다가 다시금 떨리는 감정을 추스르며 한 생각이 있다. 2017년의 겨울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J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를 찾아가서 꼭 안아줄 것이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긴 포옹. 왜 그러냐고, 뭐하는 짓이냐고 뺨을 맞을 지라도, 그것으로 그의 선택을 되돌리지 못하더라도 기꺼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벌어질 일이니 언제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만약이라는 말은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전제했을 때의 단어이니까.

  J는 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온 음식을 꾸역꾸역 소화해내는 위장처럼 나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나 저 멀리 가 있으니 죽음의 문턱에 가닿을 즈음 그를 만난다면 말하려 한다.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