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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자

ClarkKim 2019. 5. 13. 23:25

여자

 

 

 

여자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여자의 오른손은 관자놀이에, 왼손은 다리 사이에, 몸은 옆으로 기울었고, 숨소리는 낮았다. 이불은 반쯤 덮여진 상태였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나는 침대 앞에 놓인 거울이 있는 화장대 앞에 섰다. 거울에 내 모습이 비췄다. 퀭한 눈에 제멋대로 자란 수염. 셔츠는 어디에 벗어뒀는지 그리고 팬티도 어디에 있는지, 나는 알몸인 상태였다.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나는 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모텔 방에 들어온 것도, 방에 들어올 때 여자를 데리고 온 것까지, 그리고 침대가 젖을 만큼 격렬하게 움직였던 일 모두,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무엇 때문에 술을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마신 것인가.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마시고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여자와 격한 하룻밤을 보낸 것인가. 그때 여자가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반쯤 눈을 뜨곤 내게 말했다.

.”

암요, 대령하겠습니다. 나는 침대로 달려가 물 대신 작고 물렁한 그것을 내밀었다. 여자가 잠시 표정을 찡그리더니 입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