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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상의 라스트 미닛 골

ClarkKim 2019. 5. 24. 23:58

  평소 축구를 즐겨보고 직접 하는 사람으로서 극장골을 좋아한다. 그걸 축구에서는 라스트 미닛 골이라고 칭한다. 점수차가 2점차 이상에서 1점차로 좁히는 골은 만회골이라 하지만, 1점 내지 동점일 때 후반 45분 추가시간에 골이 터져 승부를 가르는 골은 언제 봐도 가슴이 뛰고 짜릿한 맛을 느껴 다시금 축구를 찾게 된다.

  라스트 미닛 골 중 가장 좋아하는 경기가 있다. 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후반 45분 추가시간에 페르난도 토레스가 수비수의 롱패스를 받고 하프라인부터 바르셀로나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가 골키퍼 발데스를 제치고 골을 터뜨려 승부를 가른 경기이다. 혹 누군가는 원정다득점으로 토레스의 결승골이 아니더라도 결승 진출이라 하지만, 나에게 있어 토레스의 결승골은 의미가 크다. 그는 당시 내가 굉장히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한 이후부터 골에 대한 불운이 따랐기 때문에 나는 그가 골을 통해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때 토레스가 폭풍 질주를 하고,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을 때, 그리고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두 손을 불끈 쥐고 포효를 하는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울었다. 여태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압박과 부담감을 떨쳐내고 비상의 신호를 알리려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아직도 나는 그때 그 경기를 보면 감격스러워 몸에 전율이 돋곤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대학 후반에 한창 글쓰기에 온 힘을 바칠 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글쓰기가 두려웠던 적이 있다. 글을 쓴지 칠여 년쯤 된 날이었는데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나는 명상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켜보기도 하고, 찬 달이 구름 위에 있을 때 산책을 하기도 하고, 땀내 나게 운동장을 전력질주하기도 했다. 또 도서관에서 한나절 동안 책을 읽기도 했다. 어떤 방법을 써도 나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문예지에 투고하기 위해서 퇴고를 해야 할 시점인데 작품은 위기에서 멈춰 있었다. 그랬다. 그건 정말 위기였다. 만약 이 난관을 통과하지 못하면 나는 앞으로 꿈을 놓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예상 못한 시기에 위기가 오듯, 역시 그 시기에 나는 위기를 해결할 열쇠를 얻었다. 내 작품엔 사건이 없었던 거였다. 깨달음은 내게 있어 기회였다. 마치 수비수에게 볼을 받은 토레스처럼 나는 집필에 전념했다. 마감이 다가올수록 나는 잠자기를 미뤘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이틀에 한번씩 잠을 잤다. 30시간을 채운 적도, 39시간을 채운 적도 있다. 완전히 글쓰기에 미쳐 있었다. 마감 1시간을 남겨놓고 최종적으로 수정을 마치고 투고했다. 그리고 투고한 문예지에서 나는 당당히 수상했다.

  아무나 공을 찰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골을 넣을 순 없다. 골을 넣는다는 건 노력과 조금의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라스트 미닛 골 역시 운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얻어걸리는 것이란 없으니까. 모든 것이 노력과 연습에서 나온다. 그러니 우리는 라스트 미닛 골이라는 특별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 부단하게 뛰어다니자. 그러면 분명 끝은 창대할 것이다.

 

2019.05.24

Clar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