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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하는 신호등(추가) 본문
내가 사는 동네는 요즘 들어 부쩍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다니는 반려동물, 사람을 위해 짓고 있는 건물,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 그리고 그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세 가지 색의 신호등.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로의 신호에 맞춰 일정하게 움직인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 없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청색 신호를 보고 움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신호등이란 존재는 통행을 원활하게 해준다. 신호에 맞게 움직이면 모든 게 수월해진다. 나 역시 그런 신호등의 존재에 감사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그렇게 신호등의 지시를 받고 가다가 깜빡 깜빡하며 점멸하는 신호등을 보면 우선 브레이크를 밟고 선다. 그냥 갈까 하다가도 주변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살피기도 한다. 그러다 슬그머니 엑셀에 발을 올리고 힘껏 밟는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 건지 모른다. 사실 급한 건 없었다. 어디론가 가야만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해서, 나는 언젠가부터 이따금씩 교차로 위에서 점멸하는 신호등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점멸등을 바라볼 때면 평소보다 몇 초 정도 더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나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한참 뒤에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는 내 영혼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무작정 신호에 맞춰 가기보다 한 번쯤은 서서 점멸하는 신호등을 보자. 딱 한 번쯤 멈춰 서서 우리네의 삶을 돌아보고, 아직 오지 않은 영혼 역시 기다려보자. 아무런 이유가 없더라도.
2020. 02. 05
Clar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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