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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밤을 사랑하거나 혹은 두려워하거나. 원래 적으려고 했던 건 '밤을 사랑하는 여자, 밤을 두려워하는 남자'였다. 물론 위의 대목이나 아래 대목 중 하나는 언젠가 내가 쓸 소설의 제목으로 할 것이다. '밤을'이라는 글자를 어떤 식으로 쓸 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전자로 바꿨다. 이렇게 게시글로 올리기 전 내가 쓴 캘리 작품들 중 어느 것이 제일 예쁘냐는 내 질문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들 이 작품이 제일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캘리가 괜찮아서일까 아니면 글귀의 의미가 예뻐서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2021. 04. 06 ClarkKim
가슴에 작은 구멍이 난 것 같다.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고, 나는 그걸 메울 힘조차 나지 않는다. 요 며칠 몇 개의 아이디어가 떠올라 메모를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이디어를 꺼내어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진정 내 마음이 나를 이끌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타자를 쳐서라도 나는 작품을 써야 됨을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만 있을 뿐이다. 이것은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니다.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이제는 두려움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새벽, 2시, 모두가 잠에 들 무렵, 나는 뉴에이지랑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다. 지금 듣는 노래는 츠네키치 스즈키의 이라는 곡이다.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1의 오프닝곡. 처음 듣자마자 반한 곡이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작은 공간이 커지며 결국 이별을 만드는 것- 드라마 9화를 보면서 적는 메모 사랑,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분명 둘만 하는 사랑인데 왜 이렇게 아프고 힘든 걸까.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했는데, 그저 손만 잡고 있어도 즐거웠는데, 오로지 당신과 나 사이만 아는 비밀만 있었는데,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또 다른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사랑해도 사랑한다 똑바로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결국 그렇게 멀어져 가는 게 사랑, 그리고 이별. 살면서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매번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 역시 사랑. 분명 사랑하는데 ♥(하트)는 당신과 내가 채워가는 것에서 언제부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이 생기기 시작한다. 뭐라고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당신..
누구나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노트에 글을 적다가 오늘 산 캘리그라피 용지에 준비한 붓으로 'ㄴ'자를 그렸다. 그 밑에 다시 'ㄴ'자를 붙였다. M자가 되었고 그대로 사람 얼굴을 그렸다. 그러자 뭔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것이 구체화되었다. 사랑을 전해주는 에로스.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에로스의 화살을 심장 한가운데 맞은 것처럼 볼이 붉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나는 그 감정을 사랑한다. 사랑을 사랑한다.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어올 듯 말 듯한다. 나는 역시 그것을 사랑한다. 먼저 손 내민 것도, 그쪽에서 내게 내밀어준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에로스는..
너에게 보내지 못할 N번째 편지 네가 보인다 기타를 치는 너의 손이 가냘프다 너의 손가락이 기타 줄을 퉁길 때마다 틱틱거리며 쇳소리 나는 나의 줄과 달리, 청아하다 마치 잎사귀가 머금은 이슬을 바닥에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처럼 한 손으로 꾹꾹 누르며 연주하는 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나는 말한다 새하얗게 다린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너를 내 사람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사랑보다 더 위대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른 말 필요 없이 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김광석은 노래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다시 너를 생각할 때 송곳으로 풍선을 찌를 때처럼 펑펑 가슴속의 응어리가 터진다 그렇게 감정은 여러 번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사랑을 노래한 수많은 가수와 시인은..
1001101 프로젝트는 대학시절 내가 나 혼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100편의 시를 읽고 1편의 시를, 10편의 소설을 읽고 1편의 소설을 창작하기. 나만의 작품을 여러 편 만들고 공모전에 투고하기 위해 자긍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지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다시 글을 쓰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001101 프로젝트. 100편의 시를 읽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시 한 권도 100편의 시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