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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무기력함을 느꼈다. 요즘 나는 무기력함을 자주 느낀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대강 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의 것은 조금 달랐다. 일, 일태기―일과 권태기를 결합한 합성어―인가? 하고 생각했다. 오전에는 클럽에서 나오는 믹스 음악을 들으면서 텐션 올리며 일을 했는데, 오후가 되자 곧 수확하는 벼처럼 텐션이 기울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벼 대신 무기력을 수확했다. 이대로 운전하다간 중간에 차를 세울 것 같아서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흥얼거려봤다. 하지만 일시적이었고, 한번 수그러든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냐?" 나는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일태기인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 일을 시작..
언제부턴가 나는 쉽게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되었다. 아주 작은 일부터 내가 느끼기에 큰 일까지, 나를 화나게 만드는 일로 가득했다. 요 몇 달을 바쁘게 지내면서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을까?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핑계다. 나는 나를 알고 있다. 고백하자면, 작년에 컴퓨터를 산 이후로 하루에 2시간 내지 3시간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직장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오면 씻고 밥 먹은 후 바로 컴퓨터부터 켠다. 그리고 게임타임. 보통 10시 30분에서 11시 30분 사이에 잠드는 편이니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시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근데 오늘은 글을 쓰고 싶었다. 며칠 전까지는 글을 쓰고 싶다가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게임하기 바빴는데, 오늘은 기필코 글을 쓰리라 다짐했고,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